보로부두르 정상 불탑...

세상의 모든 미망과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구른 초전법륜,

보로부두르의 정상에는 여전히 그 법의 수레바퀴가 구르고 있다.

진리가 있는 곳에 다보여래가 불탑으로 나타나

그것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리라.

  이것이 있으므로 저 것이 있다.

이것이 사라지면 저 것 또한 없다.

그렇다면 이 기념비적인 거대한 종교 건축물은 어떤 이유로

천년 동안이나 발견되지 않았던 것일까?

 사일렌드라 유적들...

8세기, 푸람바난 언덕에 왕궁을 건설했던 불교 왕국 사일렌드라.

라투보코라 불리는 사일렌드라의 왕궁 유적은 1천년이 지난 오늘까지 당시 찬란했던 사일렌드라 시대의 위용을 전한다.

사일렌드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산의 왕’을 뜻한다.

산의 왕은 ‘신들의 왕’이란 의미로 산 정상에 거주하는 '신왕사상'을 갖고 있다.

이들은 누구였으며 어디서 온 이들이었을까.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캄보디아.

여기에 사일렌드라와 같은 “산의 왕”을 의미하는 '부남국'이 있었다.

부남국은 5세기 이후 전해진 대승불교를 믿었던 불교왕국이었으며, 부남국의 왕은 불국토를 수호하는 전륜성왕이었다.

또한 그들은 6세기 중반까지 해상 무역으로 융성했던 해상 왕국이었다.

부남국 불교의 첫 신성도시, 앙코르 보레이.

우기가 되면 논밭이 호수로 변하는 지역에 프놈 다 언덕이 자리해 있다.

6세기 힌두교의 신상과 불교의 유적들이 함께 발견되었던 마을. 이 마을에 사는 캄보디아인들은 부남국의 후예다.

그 사당 너머엔 앙코르 시대 이전 부남국의 프놈다 사원이 자리해 있다.

캄보디아 초기, 인도의 영향을 받아 지어졌다고 전해지는 대승불교 사원이다.

  스리비자야

캄보디아 크메르 왕조의 침략으로 패망한 부남국의 후예들은

7세기 경 바다를 건넌다.

그들은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 팔렘방에 새로운 해상왕국 스리비자야를 세운다.

항구는 문명의 중심지였다.

캄보디아 부남국의 후예였고 해상왕국의 후예이기도 한 스리비자야.

스리비자야는 빠른 배와 막강한 해군력으로 해상교역을 지배했다.

7세기, 동남아시아 해상무역의 주역은 스리비자야였다.

스리비자야의 수도였던 남수마트라의 팔렘방은, 현재도 동서 해양무역의 주요한 교역지다.

 7세기, 극동까지 가고자 했던 인도와 아라비아 서쪽 까지 가고자 했던 중국.

그 두 대륙의 문명이 교차하는 팔렘방은 해양 실크로드의 중간 기항지였다.

스리비자야는 대승불교의 중심지였다.

대승이란 큰 수레에 함께 탄다는 의미다.

스리비자야는 자기 자신의 구제를 중요시하는 소승 불교와 달리

일체 모든 민중의 해탈을 이상으로 삼고, 이타의 보살행을 지향한 불교왕국이었다.

인도에서 발생하고 쓰러져간 불교가 수마트라에서 찬란히 꽃을 피웠다.

"불사에는 천 여 명의 승려가 있고, 면학과 선행으로 행한다.

불교의례와 의식도 인도와 동일하다.

당나라 고종 때의 승려 의정.

그는 바닷길로만 24년간 구법의 순례를 다녔다.

695년, 당으로 귀국하기 전까지 그는 인도네시아 스리비자야에서 10년간 머물렀다.

"집집마다 작은 불상을 안치했으며 오전 10시와 11시 사이에 향수물에 부처상을 목욕시킨다.

물로 해시계를 삼아 북을 쳤으며 의례는 그 시간에 따라 이뤄진다.

의정은 스리비자야의 대승불교를 소상히 기록한다.

그가 남긴 또 하나의 저서, 대당서역구법고승전.

인도 뿐 아니라 당시 동남아시아에 전승된 불교경전과 사상을 담고 있는 방대한 기록이자 동남해 항로를 전하는 귀중한 자료다.

스리비자야 왕국의 터전은 바다의 실크로드였다.

8세기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번성한 스리비자야는 자신들의 선조가 살았던

캄보디아를 점령하고, 이어 베트남과 말레시아까지 진출해 명실공히 동남아시아의 해상 무역을 장악한다.

  그 무렵,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내륙에는 산의 왕국 사일렌드라 왕국이 번성하고 있었다.

사일렌드라 사마라퉁가 왕은 스리비자야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다.

이들 또한 대승불교를 믿었다.

보로부두르는 사마라퉁가 왕과 그의 아들 발푸투라 데와 왕에 이르는 약 76년에 걸친 대공사였다.

그렇다면 이들이 산위의 사원, 보로부두르를 지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닷길은 사일렌드라 왕국의 잠을 깨웠다.

그들을 깨운 것은 불교왕국의 이야기였다.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상징이자, 정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성스러운 제왕, 전륜성왕의 이야기였다.

 보로부두르의 건립은 붓다에 대한 예배와 공양었다.
그리고 불교의 이상적인 제왕으로써 불국토를 꿈꿨던 사일렌드라 왕들의 성덕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보로부두르는 붓다의 가르침이 담긴 이상적인 종교관을 정교하게 배치하고 설계했다.

1층 회랑

1층의 회랑은 법의 수레바퀴가 최초로 굴러간 초전설법이 새겨져 있고, 입법계품의 회랑을 따라 점차 깨달음의 계단을 오르며 정상의 불탑을 향해 나아가도록 되어 있다.

지혜와 불성과 구도의 길이 멀지 않다.

하늘을 받치고 법을 바라보라는 눈.

대불탑을 정상에 올린 것 또한 그렇다.

2층의 기단과 4층의 계단식 피라미드 구조로 세워진 보로부두르.

높이 130cm의 불상은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보로부두르는 인도에서 전래된 불탑양식과, 자바의 조상숭배와 산악숭배가 결합된 피라미드식 영묘의 형태로,

고대 자바인들이 세운 독창적인 불교 건축물이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불탑인 듯 보이지만,감실 속 불상이나 회랑 높이 모셔진 감실은

일즉다 다즉일, 즉 하나이며 전체다.

 화엄의 만다라, 보로부두르.

중생들이 믿고 의지하며 따라야 할,

그리고 스스로 부처가 되라는 의미인 각각의 불상들은 방향에 따라 수인이 다른 불상들로 배치돼 있다.

동서남북 불상 소개

동쪽 92체의 부처는 아촉불로 깨달음을 증명하며, 모든 장애를 깨뜨리는 촉지인을 하고 있다.

남쪽 92체는 중생이 원하는 소원을 성취하게 하는 여원인으로, 왼손 바닥을 밖으로 하고 다섯 손가락을 펴 밑을 향한다.

서쪽 92체는 아미타불로, 깊은 명상으로 삼매에 든 부처를 나타내는, 선정인이다.

북쪽 92체는 중생의 두려움을 없애주고 위안을 주는 손으로, 시무외인이다.

오른손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히 위로 뻗고 손바닥이 밖으로 향하여  어깨높이까지 올라가 있다.

보로부두르는 불상이나 감실이나 부조 등 전체 구성을 세심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축조했다

기단

또한 보로부두르의 밑받침 역할을 하는 2중의 기단 중 제1기단은  대부분 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숨겨진 기단'이라 부른다.

벽면 부조엔 고대 자바인들의 일상생활과 습속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인과응보경을 텍스트로 삼아 욕계의 생활상이 160면으로 새겨져 있다

왼편에는 원인을, 오른편에는 결과를 한 장에 새겨 지옥과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쾌락의 생활에 따른 결과와 보시와 선정을 베푸는 사람들이 누리는 지복한 생활을 함께 보여준다.

 돌에 적힌 글자

카위 문자라고 하는 표식은 경전 내용의 요점을 새긴 글자다.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세심하게 조각하기 위해서였다.

아마도 뛰어난 조각가와 대승불교 경전에 통달했던 고승이 지휘했을 것이다

 부조는 준비된 교본 시나리오에 따라 도상을 새겼다.

준비된 돌에 조각하기 전 경전 내용과 도상을 그린 판하본을 준비하고, 돌에는 그 메모를 새겨 세심하게 조각했다.

  보로부두르를 구축한 바탕은, 선재동자 구도기다.

제2회랑 주벽부터 제4회랑 난순의 부조에는 불교 수행자들의 지침이라할 화엄경 입법계품의 가르침이 새겨졌다.

선재동자가 깨달음의 길을 떠나 53명의 보살 선지식을 만나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행로,
그것이 바로 선재동자 구도기다.

총 1460면에 달하는, 거대하고 장엄한 길 위의 가르침.

고대 자바인들은 왜 수다나, 즉 선재-라는 청년의 구도이야기를 전하는데 그토록 열중했을까?

 선재동자가 만난 53 인의 선지식은,

비구 비구니, 소년 소녀, 의사, 요리사, 창녀 등 갖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보살의 수행계위에 맞게 선재동자에게 깊은 가르침을 준다.

다리를 만들어 강을 건너가는 구도기

아이들을 강물을 건네주는 구도기.

병든 이에게 약을 보시하는 구도기

죽은 이의 영가 천도를 기원하는 구도기

십지행의 하나인 불탑을 공양하는 구도기

 선재동자의 구도는 한마디로 보현행이다.

‘풍족한 베품’이라는 뜻이다.

선재는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건널 때까지 그 원의 실천을 향한 구도를 멈추지 않는다.

수많은 선지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부처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삼업청정 부처를 만나 번뇌를 멸진하는 구도기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음악 공양을 올리는 구도기 

선재동자는 53 인의 선지식을 만나 여쭌다.  

“선지식이란 곧 여래와 같은 존재이며, 일체 진리의 구름 같은 존재이며,

모든 공덕의 갈무리와 같은 존재이며, 만나기 어려운 존재이며,

지혜의 횃불과 같은 존재이며, 지혜의 바다에 인도하는 사공과 같은 존재이다. “ 

 문수보살을 만나는 선재동자

<제3회랑-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을 만나 법을 청하는 장면>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을 만나 발심하고 보현보살을 만나 보현행원을 들음으로써

그의 삶 속에서 스스로 진정한 깨달음, 해탈을 이룬다.

선재가 만난 길 위의 스승.

좋은 스승을 만나 깨우침을 구하는 마음, 그것이 보살 수행의 근본이다.

좋은 스승을 찾아가라, 좋은 스승과 가까이해라,

좋은 스승을 공양하고 가르침을 받아라.

“제가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닦으며

어떻게 하면 보살의 행을 성취할 수 있습니까?” 

선재동자가 만난 선지식 중 자재뱃사공은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 지혜를 가르친다. 

“네가 만일 온 세계에서 수없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서원마다 깨끗하여 모두 이루면 티끌 같은 보살행을 모두 갖추리”

생사의 두려움을 떠나 다 기쁘게 하고, 애욕의 바다를 말리고,

광명 지혜의 바다를 얻고, 일체 고통의 바다를 건너며, 일체 중생의

마음의 바다를 깨끗이 하리라.” 

선재 동자

선지식을 찾아 구도 여행을 마친 선재동자는 보현보살을 만나

보현행원을 듣는다.

그로써 마침내 그 길고 긴 구도 행을 끝내게 된다.

화엄경입법계품의 마지막 장면의 주역은 보현보살이다.

보현보살은 선재동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의 보현행을 칭찬한다. 

선재여, 나의 청정한 법신을 보아라. 어떻게 나를 볼 수 있을까

나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보리심으로부터 떠나지 않는다.

부처님의 공덕은 모든 세계 모든 부처님의 미래세가 다하도록 말하여도

그 공덕을 다 말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다.

나의 몸을 보는 사람은 나의 청정의 법신에 들 수 있다. 

 4층 회랑에 있는 선재

보현보살의 가르침을 들은 선재는 법계의 깨달음에 들었다.

결국 일체의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몸이 되었다고 화엄경입법계품은 끝을 맺고 있다.  

사일렌드라가 꿈꾼 불국토는 무엇이었을까

끊임없이 중생을 공경하고 칭찬하며 섬기는 원행.

그 원행으로 온갖 갈등과 대립이 끊일 날 없는 이 사바의 세계를 화엄의 장엄한 정토로 바꾸어 나가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모든 중생의 번뇌를 끊는 귀의처가 되리라.

모든 중생의 수호신이 되리라.

모든 중생의 해탈을 위한 안락처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