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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교각은 유년시절부터 총명하고 자애로웠으며 학문을 즐겨 도를 깨달았다.
다른 왕가의 자손들과는 달리 성실하며 교만하지 않았고, 언제나 학문에 분발하였다. 3.수충은 독서를 좋아하였다.
특히 학문, 불학, 예의, 천문, 지리를 아주 좋아하여 이들 학문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4.청년 시절에 키가 7척이요 기골이 장대하니 그 힘이 능히 열 사람의 범부를 당할 만하여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5.당시의 신라는 망망대해를 사이에 둔 당나라와 선린의 관계를 유지하며 교류가 빈번하였다.
서기 714년, 성덕대왕은 수충을 당나라에 숙위 학생(일종의 유학생)으로 보내어 학문에 정진케 하니 그의 나이 18세 때의 일이었다. 6.당 현종이 왕자 수충을 대하매 사람됨이 크고 기골이 장대하며 몸가짐이 출중하니 먼저 숙위를 받아들이고 후에 대감직에 봉했다.
7.현종은 또한 친히 수충을 접견하고는 수충을 총애하여 조당에서 연회를 베풀었으며, 머물 집과 비단을 하사하였다.
8.수충은 당의 수도 장안성을 유람하였다. 둘레가 7십 리에 달하는 장안성은 천하 제일의 성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매한 기이 감돌았으며, 온갖 새로운 학문과 문명이 번창하고 있어 수충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9.수충은 학문을 즐기면서도 널리 교분을 맺었다.
그의 허심탄회한 성품은 이내 친구들을 끌어당겼고 그들로 하여 수충은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10.수충은 낙양의 백마사를 방문하여 예를 다하여 고숭을 친견했다.
불법의 진리를 통했던 이때의 여행은 수충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1.수충은 또한 하남성의 숭산 소림사를 찾아 달마선실을 참관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불법에 대해 깊이 고찰하기에 이르렀다. 12.수충은 소림사의 고승을 찾아 뵙고 서로 예물을 교환하였다.
13. 717년 4월, 당 숙위 4년만에 수충은 모친의 급전을 받고 고국 신라로 돌아왔다.
14.이때 신라는 왕실의 암투가 격렬하였다.
그의 부친 성덕대왕은 모후 성정왕후를 폐하여 사가에 머물게 하고 그의 큰 아우인 중경을 태자로 책봉하였다. 수충은 궁 밖으로 쫓겨났다. 15.당에서 돌아온 뒤로 수충은 마음의 평정을 찾지 못하고 그의 모친과 서로의지하며 지냈다.
16.수충은 당에서 보낸 4년 여 동안의 숙위생활을 떠올렸다.
시서예의나 삼교구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보면 궁중에서의 참담한 암투는 크게 각성해야 할 일이었다. 17.수충은 오로지 불법만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여기고 불법에 귀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신의 모친을 속이고 절로 들어가 삶의 해탈을 탐구하기 시작하였다. 18.수충이 마침내 한 사찰에서 출가하니 그는 이름과 성을 숨기고 다만 법호를 지장이라 하였다.
그는 죽는 날까지 불법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큰 서원을 세우고 정진하였다. 19. 719년, 지장은 행장을 수습하여 ‘흰 개’와 함께 상선을 타고 거친 풍량을 헤치며 당나라로 다시 향했다.
이상적인 수행의 땅을 찾아나선 것이었다. 20.수충이 탄 상선은 절강성의 보타산 근처에 이르러 거센 풍량을 만나 잠시 정박하게 되었다.
지장은 부근의 어민들이 사는 민가에 숙소를 정하였다. 21.그날 밤이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문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덜컥 방문이 열렸다.
해적이 침입한 것이었다. 해적은 모두 네 명이었는데 행동이 흉폭하기 그지없었다.  22.지장은 부드러운 말로 그들을 설득하였다.
그러나 해적들은 끝내 지장의 말에 복종하지 않았다. 지장의 무술을 알 까닭이 없는 해적들이었다. 마침내 지장은 악을 제거하고 선을 펴고자 마음 먹고 힘을 쓰니, 땅바닥에 널브러진 해적들은 한 놈도 다시 일어나지 못한 채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23.지장은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지장이 해적들을 불러모아 불법의 진체를 쉽게 깨우쳐 주니 그들의 얼굴에는 부끄러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해적들이 크게 깨달아 다시는 못된 짓을 하지 않을 것을 안 지장은 그들을 풀어주었다.  24. 풍량이 가라앉자 지장은 다시 수행길에 올랐다. 마을 사람들은 그 며칠 사이 지장의 인품과 선풍을 흠모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마을 멀리에 있는 포구까지 따라나오며 지장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25.뱃머리가 거친 바다 물결을 기르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 절강성의 항주에 닿았다.
항주에는 금화 만불사가 있었다. 만불사는 불법을 수행코자 하는 승려들이면 누구나 찾는 절이었다. 지장은 지체없이 만불사에 머물면서 몰아지경에 들었다. 지장이 경을 읽고 널리 법을 펼치니 만불사에는 더욱 많은 승려들이 모여들었다. 26.지장이 있는 동안, 만불사는 불법이 크게 일어나고 도풍이 진작되었다.
아녀자의 무리들까지도 제자가 되기를 원했으나 지장은 단지 승려들에게 전념하였다. 27.어느 날 좌선에 몰입되어 있던 지장은 홀연, 한 꿈을 꾸었다.
“이상적인 수행의 땅은 이곳처럼 변화한 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니라, 마땅히 심산유곡에 있을 것인즉 그 산은 높고 신령한 기운을 가졌으며, 청정하고 청량한 기운을 가졌느니라.” 꿈에서 깨어난 지장은 문득 깨달음을 얻어 크게 기뻐하였다. “더 이상 만불사에 머물지 않으리라.” 28. 지장은 다음날 만불사를 나왔다. 꿈에서 본 듯한 길을 딸라 동으로 동으로 길을 재촉했다.
울창한 수림이 앞을 막아서는 산과 깎아지른 절벽이 버티고 있는 준령을 넘어야 했다. 29.어느덧 절강성의 봉황산을 지나쳤고
30.길을 잃어 해매던 끝에 휴령의 제운산을 넘었다.
31.휴령에서 다시 길을 재촉한 지장은 장강(양자강)변 귀지의 만라산을 지났다.
32.장강의 거센 물살을 힘들게 거슬러 올라온 나룻배는 귀지의 석문촌에 이르러 마침내 닻을 내렸다.
33.오랜 선상 여행에 지친 지장은 석문촌에서 하선했다.
그곳에서는 처사 고제라는 사람이 있어 추앙을 받고 있었다. 지장은 고제와 친교를 맺어 오랫동안 석문촌에 머무르며 소석묘에서 시를 짓기도 했다. 34.그러면서 지장은 자기가 찾는 영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처음에는 지장의 뜻을 못본 척하던 고제도 마침내는 그의 정성에 감동하여 한 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곳은 동족으로 더 내려간 곳에 위치한 구화산이었다. 35.지장은 곧바로 고제를 작별하고 구화산으로 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헤매던 끝에 지장은 구화산 북쪽의 노전고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36.지칠 대로 지친 지장은 주저없이 고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들어섰다.
노전 고을의 오용지는 처음보는 중이건만 지장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였다. 다음날 지장이 구화산을 찾아온 까닭을 이야기하자 오용지가 빙그레 웃으며 민양화를 찾게 하니 지장은 크게 감격하여 <수혜미>라는 시를 지어 오용지에게 답례하고 산으로 올랐다. 37.오용지가 말했던 민양화의 집은 한나절이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구화산의 험한 계곡을 올라가 마을로 들어서니 민양화 부자가 지장을 맞이했다. 38.지장은 민양화의 집에서 며칠을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민양화가 물었다. “무엇을 구하시는지요?“ ”
내가 천 리를 마다앓고 구화산까지 달려온 것은 널리 불법을 펼칠 적당한 땅을 찾기 위함이었소. 내 몸을 의지할 가사자락 정도나 덮을 수 있는 땅이면 되겠소.“ “그거야 못 구해 드리겠습니까?” 그때였다. 지장이 가사자락을 펼치니 구화산 전체가 가사자락에 덮여버렸다.
39.순간, 민양화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신을 희롱하는 듯한 고승의 불법이 광대무변함도 알 수 있었다. 민양화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아들을 출가시켰으니, 그가 바로 도명화상이다. 뒤에 민양화 또한 속세를 등지고 지장의 제자가 되었다. 40.민양화가 비록 구화산 전부를 시주하였다고는 하나 아직은 진리의 깨달음을 외면한 채 바람을 막고 하늘을 가릴 절집을 구할 때가 아니었다.
지장은 험한 산과 계곡을 넘어 노호동의 동쪽 골짜기로 향했다. 산꼭대기 바로 아래에 양지 바르고 평평한 곳이 나타났는데 거기에는 한 사람이 생활하기에 알맞을 정동의 동굴이 있었다. 동굴로 들어간 지장은 면벽한 채 참선에 들어갔다. 41.지장이 동굴 안에서 고되게 수행을 하니, 그의 무념무상의 참선은 독사도 어쩌지 못했다.
전해오는 말로는 산신이 지장의 정성을 의심하여 그를 시험하느라 아리따운 여인을 보냈다 하였다. 42.여인은 온갖 교태를 부리며 백방으로 그를 유혹했다.
하지만 지장은 불호만을 염불 할 뿐 마음에 동요됨이 조금도 없었다.  43. 마침내 여인은 옷을 벗고 목욕을 하였으며, 근처에는 독사가 우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장의 태도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44.지장의 마음은 반석과 같았다. 비로소 산신이 감동하여 영약과 샘물을 주니, 지장은 합장하여 감사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45.지장은 사부대경을 귀중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산중에는 사부대경의 필사본이 없어 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장은 친히 백 리 박의 남릉으로 나아가 이를 필사하고자 하였다. 사부대경이란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아미타경>, <고음성다라니경> 등을 가리킨다. 46.이때 제자 남릉학사 유탕이 있었다. 유탕은 멀리 이국에서 온 지장을 흠모하여 따랐다.
유탕이 지장의 뜻을 알고는 흔쾌히 남릉으로 나아가 사부대경을 필사하여 바치니 지장은 비로소 보배와도 같은 경전을 얻을 수 있었다. 47.지장은 동굴에서의 고된 수행을 멈추지 않았다.
하루는 밖으로 나와 멀리 남쪽을 바라보니, 자욱한 구름에 싸인 채 하늘로 솟아있는 천대봉이 마치 선경과도 같았다. 지장은 흰개를 데리고 천대봉으로 올랐다. 천대봉 경대의 끝에 이른 지장의 입에서는 경이 읊어지고 있었다. 48.지장은 고된 수행을 멈추지 않으며, 항상 정성을 다하여 경을 읽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마침내 그의 정성은 관세음보살을 감동시켰고 관세음보살은 그의 앞에 현신해 경을 듣기도 하였다.
49.어느 날은 대붕맞 날기를 멈추고 지장의 경 읽는 소리를 들었다.
50.구름 위에 뛰놀던 청룡도 머물러 지장의 경 읽는 소리를 들었다.
51.지장이 49천의 부처들께 절하며 경을 읊음이 끊이질 않으니, 석가여래조차도 시간이 지나감을 잊고 있었다.
52.지금도 배경대에는 깊게 파인 지장의 두 발자국이 남아 전해지고 있어 그의 자취를 길이 남기고 있다.
53.하늘이 조화를 부리고 귀신이 다듬었음인가. 본래 관세음보살이 경을 듣던 곳에는 하나의 옥석이 늘씬한 자태를 보이며 길게 솟아올랐고, 사람들은 이를 관음석이라 부르고 있다.
54.대붕이 날개를 접었던 곳에는, 벼락에 맞아 깍인 듯 가파른 절벽으로 솟았는데 한 마리의 매가 금방이라도 날개를 펼 듯한 형상으로 천태붕의 위용을 떨치고 있는데 이는 노웅배벽이라 불린다.
55.청룡이 경을 듣던 곳에는, 과일이 매달린 듯 신묘하고 위태롭게 솟아오른 알벽이 마치 촛대에 불을 밝힌 형상을 하고 있다. 이 납촉봉의 꺼지지 않는 촛불은 영원히 지장도량에 밝은 빛을 비출 것이다.
56.지장이 우러러 경을 염하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리기 위하여 후세 사람들은, 납촉봉 남쪽 정상에 웅장한 천태사를 지었다. 천태사는 1천 년을 향연에 싸여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
57.천태사 앞에는 구화산 최고봉인 시왕봉이 솟아있는데 해발 1342m에 달한다.
58.어느 날 지장이 흰개 지체를 데리고 산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다.
홀연 사납게 울부짖는 산짐승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였다. “살려주세요!” 어린아이의 비명소리가 거듭 들여왔다. 지장이 정신을 가다듬어 바라보니 호랑이 한 마리가 막 아이를 삼키려 하고 있었다. 59.지장은 지체없이 호랑이에게 몸을 날렸다.
흰개 지체도 동시에 호랑이한테 달려들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사납던 호랑이는 기운 한번 못쓴 채 바위에 매달렸다. 사람들은 후에 이 바위를 석호봉이라 하였다. 60.목숨을 건진 어린아이는 귀지의 석문촌에 사는 고아로 겨우 13살이었다.
지장이 불쌍히 여겨 거두고자 하니 아이는 그 뜻을 따라 제자가 되었다. 61.동자는 지장의 보살핌을 받으며 천진만만하게 생활했다. 언제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며 즐겁게 지냈다.
62.그러나 너무 어린 동자로서는 산 속의 적막함을 참기가 어려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자가 하산할 것을 청하니 지장은 청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지장은 시한 수를 지어 동자를 전송했다. 63.지장은 수행하는 동안에도 일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제자 승유 등을 이끌고 물길을 만들고 수전을 개간하였다.
지금도 화성사 계곡에는 계곡의 물을 끌어들여 논밭이 가득하고 그 물로 방생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64.지장은 몸을 돌보지 않고 힘써 개간에 나섰다. 그의 간절한 정성은 그칠 줄을 몰랐다.
65.지장은 화성사 계곡에 황립도를 시험적으로 재배하는데 성공하였다.
황립도는 밥을 하면 색깔이 누런 벼로, 도톰하며 향기가 그윽했다. 산 속의 사람들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황립도는 지장이 신라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66.지장은 또 산꼭대기에 금지차를 심었다. 지금까지도 금지차는 질이 아주 좋은 녹차로 인정받고 있는데, 이걱 역시 신라에서 가져온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67.지장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향림봉 아래의 백설현에 머물렀다.
먹을 것이 부족하자 지장은 하얀 백토를 구하여 감로수로 밥을 지어 대중들을 공양하였다. 오랜 동안 여름에는 흙으로 밥을 지어 먹었고 겨울에는 모닥불로 옷을 삼아 지내는 등 간고하게 지냈다. 68.지장은 대중들을 교화하였다. 대중들은 모두가 마음에 큰뜻을 품고 각고의 수행을 지속하였다.
갈수록 힘든 생활이었지만 대중들은 더욱 견고한 마음으로 수행에 정진하였다. 69.지장은 전다봉을 찾아 주민들에게 살생을 하지 말며, 익조를 보호하여 멀리하자 말 것 등을 설하였다.
70.당 지덕 연호 청양현의 제갈절이 산에 올랐다.제갈절은 동쪽의 석굴에서 참선에 들어있는 한 노승을 볼 수 있었다.
71.제갈절은 놀라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보았다. 어두침침하고 습기가 가득한 석둘 안에는 다리를 접을 수 있는 쇠솥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는 백토가 가득했고 드문드문 쌀이 섞여 있었다.
그것을 본 제갈절은 크게 감동하여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72.제갈절 등은 단공의 옛 땅에 절을 지을 것을 청했다. 지장은 이를 수락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불사에 참여하기 위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그들이 터를 다지고 나무를 벌목하여 절을 지으니, 드디어 수행의 도량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3.마을 모든 주민들과 대중들의 노력에 힘입어 불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이윽고 지장은 승유 등의 제자들을 이끌고 친히 본당을 올리니 구화산 화성사가 마침내 완성되었다. 74.지주 태수 장암이 지장의 고고한 기폼을 추앙하여, 많은 재물을 보시하였다.
또 조정에 상주하니 ‘화성사’라는 편액을 내렸다. 75.지장은 가르침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연좌암에 있을 때에는 승속들이 경을 청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장은 경을 담론하며 도를 논함에 있어 숭속들에게 대자대비한 마음을 자겨 약을 짓지 말 것을 설하였다. 76.지장이 전다봉에 있을 때에는 늘 객들을 불러 삶의 철학이야기했고 불법의 전체를 펼쳐 보였다.
77.지장은 또한 나한봉에 있을 때에도 자명계곡에 온 객들을 불러, 경을 설하고 불법을 널리 전하기를 하루도 쉬지 않았다.
사방에서 몰려든 신도들은 지장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깨닫지 않은 자가 없었다. 78.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신라에서 온 사자 소우, 소보는 지장의 숙부들이었다.
그들은 구화산에 파견되어 지장의 환국을 권하였다. 그러나 지장이 두 숙부에게 경과 도를 설파하니 마음으로 움직이고 예로써 깨우칠 수 있었다. 79.두 숙부는 매우 감동하여 돌아가지 않고 구화산에 남아 지장을 도와 도향을 건축하였다.
두 숙부가 죽은 뒤 사람들은 이성전을 지어 그 뜻을 기렸다. 80.전해오기를, 지장의 모친이 바다를 건너 천리 길을 마다않고 구화산을 찾아왔다.
모친의 도착 소식을 들은 지장은 만감이 교차하였다. 땅바닥에 꿇어 큰절을 올린 지장은 오랜 동안 일어날 줄을 몰랐다. 지장의 모친은 아들에게 함께 돌아갈 것을 청했다. 그 러자 지장은 모친에게 말하기를 “지금 떠난다 하여도 바다를 건널 수 없을 것이옵니다.”  81.모친이 감정을 이기지 못해 삼일 밤낮을 울며 보내니 눈이 보이지 않았다. 지장이 크게 모친을 숭앙하여 화성사 앞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눈을 씻어주니, 마침내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82.모친이 죽자 사람들은 지장의 모친을 기리기 위하여 우물을 만들고 한 보탑을 세웠다.
후에 사람들이 우물은 명안천이라 했으며, 탑은 낭랑탑이라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다. 83.당 정원 10년(서기794), 지장은 세수 99세를 맞이했다. 7월30일, 지장은 대중들을 불러놓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84.당나라 사람 비관경은 지장이 입적할 당시 “산에서 돌이 굴러 떨어졌으며, 화성사의 종은 아무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85.지장의 육신은 가부좌한 채 석함에 안치되었다.
3년 후 석함을 열어보니, 얼굴색이 살아있을 때와 변함이 없었고 뼈마디에서는 금반을 흔드는 듯한 소리가 났다. 불경에 이르기를 이런 소리가 나며 보살이라 하였다. 대중들은 이를 보고 지장의 영령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믿었다. 그리하여 중국에서의 지장보살이 생겨난 것이니 그의 속성은 김씨이며, 이름은 지장이라 한다. 대중들은 김지장의 육신에 금분을 입혀 삼층석탑에 안치하였다. 86.삼층석탑을 세우자 원광이 휘황하게 일어 하늘이 오색찬란했다.
그런 연유로 이 고개를 신광령이라 불렀다. 뒤에 사람들은, 탑 위에 전을 세우고 앞에는 81개의 돌 계단을 만들었다. 이 탑이 지금의 육신보전이다. 87.김지장은 구화에 도착한 뒤, 불법을 이루어 보살이 되었으니 중국 불교사에 있어서 유일하게 스스로 보살이 된 이다.
당나라 때에는 지장보살상만 홀로 있었으나, 당 이후에 김지장의 양쪽에 도명화상과 민공의 상도 함께 세워졌다. 중국의 지장신앙은 매우 성한데, 이는 중국 사람들에 의해서 영웅화된 것이다. 88.지장이 구화에 도량을 이루고 고행으로 도를 이루니 사람들은 그의 행적에 감동하였다.
조정과 황제도 감동하여 명나라 때에는 은을 하사하여 절을 수선했으며, 장경을 내려 경배하게 하였다. 89.명 숭정제가 편액을 내려 ‘위선최락’이라 하였다.
90.청 강희제가 ‘구화성경’이란 편액을 내렸다.
91.청 건륭제가 ‘분타보교’란 편액을 내렸다.
92.당대 시인 이백은 구화에 세 번을 올라 지장을 기리기 위한 시를 지었는데, <지장보살찬>이라 한다.
93.송나라 시인 진암의 <김지장탑의 시>에는, “여든네 개 돌 층계 층층이 뻗치고, 탑 위의 풍경소리 반공에 울리네, 오백 년을 넘어 있는 지장의 무덤이 예 있어, 뭇사람들은 저마다 꿈길을 더듬누나.”라고 하였다.
94.역대 문인들이 쓸쓸히 찾아와 여러 형식의 글로 지장의 고풍함을 노래했다.
95.당나라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대 고숭들이 분분히 구화산을 찾아 절하여 예를 표했다.
96.시승, 화슬들이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려, 지장의 덕행을 칭송하였다.
97.중화민국 시대에는 중국의 유명한 홍일대사가 <지장보살수적찬>을 지어 지장의 도를 칭송하였다.
찬에 이르기를, “험한 물결, 거센 바람, 대자대비한 일생, 세상 사람들을 위해 살으셨도다.”라고 적고 있다. 98.일천 년 이래 구화산의 향기로움은 왕성했으며, 그 은은한 향연이 스러지지 않았다.
명⦁청 때는 구화산을 ‘향화갑천하’라 하였다. 지금도 구화산에는 불사의 향불이 멈추지 않으며, 불법의 기풍이 서려 있다.
 99.지금 구화산에는 84개의 절이 들어서 있다. 국가 중점보호사찰이 9개,성급보호사찰이 30개소에 이르러 국제적인 불교 도량이 되었다.
100.한국에서도 여러 형식으로 대사의 공덕을 기리고 대사의 고풍을 음송한다.
당나라 때부터 신라⦁고려의 사자나 승려들이 분분히 구화산에 이르렀고, 근래에 이르러 한국불교에 구화산 열기가 일고 있다. 101.김지장의 덕행은 구화산에서 대대로 전파되고 계승되면서 고승을 배출하였다.
명대부터 지금까지 여섯 분의 고승이 성불을 이루어 육신불의 과를 얻었다. 명대에는 무가선사가 법력을 크게 떨쳤으며, 자명선사의 진신은 금분을 입혀 봉공하였다. 그들의 법륜은 후인들에게 계승되었다. -김교각스님의 일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