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부에 있는 성으로 면적 15만 7000 km2, 인구 약 2,900만(1992)이 살고 있다. 성도(省都)는 태원(太原)이며, 동쪽은 태행산맥(太行山脈)과 오대(五臺)산맥, 서쪽과 남쪽은 황하(黃河) 중류의 협곡, 북쪽은 만리장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각각 허베이(河北) ․ 허난(河南) ․ 산시의 각 성 및 내몽구자치구(內蒙古自治區)와 접하는 지형이다.
황토고원(黃土高原)의 일부이며, 평균 해발고도는 600~3,000m 이다.

지형적으로는 다음의 세 가지 지형으로 분류된다.

 

* 동부고원 : 이는 협의의 북부고원과 동부고원으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 즉 북쪽의 항산, 동쪽의 태행(太行) ․ 오대(五臺) 산맥을 주체로 한 1,500m급의 고원이다.

* 중부 분하(汾河) 하곡의 지구대(地溝帶) : 비옥한 땅으로 되어 있다.

* 서부고원 : 뤼량(呂梁) ․ 원중(雲中) 산맥으로 이루어지는 평균 2,000m의 고원지대이다.

 

대륙성 기후를 나타내지만, 타이항산맥 때문에 여름에는 남동 산기슭에 비가 내리고 고원 내부나 북부에는 강수량이 적다.
경지는 약 25%로 적으며, 가뭄에 견디는 옥수수 ․ 수수를 재배하고, 관개용수가 완비된 곳의 경우 밀이 주산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수리 시설의 건설, 황토 유실방지가 진척되어 황토고원(黃土高原) 특유의 계단상(階段狀) 지층을 교묘하게 계단밭으로 이용하여 경지를 넓혀가고 있고, 경작기술의 개량을 꾀하고 있다.

또한 지하자원이 풍부하여, 석탄은 다퉁(大同) ․ 시산(西山) ․ 타이위안(太原) 등이 중국 제일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철은 양취안(陽*) ․ 진청(晉城) 등지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을 기반으로 하여 철강 ․ 기계 ․ 합성화학등의 중화학공업이 발달하고, 타이위안을 중심으로 지역생산 콤비나트가 형성되고 있다.

 

산서성은 중국의 두 개 문명이 만나는 지역에 놓여 있는데 북쪽은 기마 민족인 몽고족의 영향을 받았고, 남쪽으로는 황하문명의 접경지로 진나라 이후 남방문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당나라가 장안으로 도읍을 옮기자 이 지역은 변방이 되었다.

주요 유적지로는 중국 불교 4대 명산의 하나로 수려한 고산 자연풍경과 찬란한 불교 문화예술로 유명한 오대산(五臺山)과 중국 고대 3대 석굴 예술 보고의 하나인 운강석굴이 볼 만 하다.

 

대동은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해발 1,000m의 황토고원에 자리한 역사의 도시이다.

현재 산서성 제 2의 대도시인 대동은 교통의 중심지이자 공업도시로서 만리장성의 남쪽 50km에 위치하였다. 이 도시에서는 북경선(北京線), 몽고, 러시아로 가는 국제선, 서안(西安) ․ 신강(新疆) ․ 경포(京包) ․ 동포(同蒲)선 등이 사방으로 뻗어간다. 또한 시멘트 ․ 비료 ․ 제분 ․ 농기구 ․ 공장 등이 즐비한 대도시로서 시세(市勢)가 날로 확장되고 있다.

더구나 대동시 주위의 대동분지에서는 황하협곡의 단층지대에서 양질의 탄전이 발견되어 개발되고 있으며, 태원 ․ 포두 등 북중국의 중공업지대까지 공급하는 등 공업의 대동맥 구실의 중요한 도시이다.

또 분지평야 일대에서는 밀 ․ 조 ․ 수수 등이 생산되는 곡창지대이며, 산야의 목초지에서는 양 등의 목축업도 성행하고 있다.

대동시는 중국의 유명한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대동은 398년부터 494년까지 4~5세기 중국의 최강국이자 북중국의 패자이었던 북위(北魏)의 수도였다.

당시 북조(北朝)를 완전히 통일한 북위는 사회가 안정됨에 따라 국도를 낙양으로 천도하였으나 여전히 구 국도(國都)로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음은 당연한 일이다.

대동은 요(遼), 금(金)나라 시대에도 중요시되어 “서경대동부(西京大同府)”로 승격되었는데 오늘날 “대동”이란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명나라 때에도 9변진(九邊鎭)의 하나로서 변경의 군사적 요충지로 부각되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7km의 성벽은 명나라 초기에 구축된 역사적 기념물이다.

대동은 오랜 역사적 고도(古都)이긴 하지만 북위시대의 조형물들은 모두 파손 망실되었으며, 운강석굴만 남아있다. 또한 대동시의 유명한 불교사원인 상 ․ 하 화엄사(華嚴寺)등은 모두 요 ․ 금시대에 창건된 사찰이기 때문에 당시의 유물들이 전해오고 있다.

 

시 중심에 있는 상 ․ 하 화엄사는 요(遼)대(1038년)에 창건되었다.
최근 상하화엄사를 재 정비하여 화엄사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상화엄사의 대웅전은 1122년 금(金)의 공격을 받아 거의 소실되었다가 금(金)대에 재건된 것인데, 불전으로는 중국 최대의 것이다. 내부는 용이 가득 그려져 있는 천정화(天井畵)와 거대한 벽화의 색체로 매우 아름답다.

하화엄사의 천궁루각(天宮樓閣)은 드물게 현존하는 요나라의 목조건물로서 역사적 가치가 높으며, 그 안에 봉안된 요대의 31개의 불상은 운강석굴과 함께 대동의 자랑거리이다.

화엄사는 역에서 약 10km 동남쪽에 위치해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3칸 일주문이 나타나는데 그 안은 뜰이다.
바로 앞에는 철탑(鐵搭)이 서 있고, 오른쪽에는 종각(鐘閣)이 서있다. 탑은 색이 검고 거칠어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지만 장식적인 치레를 나타낸 보기 드문 철탑으로 자료적 가치가 높다.

탑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건물이 바로 이 절의 금당인 대웅보전이다.

멀리서도 “大雄寶殿”이라는 현판글씨가 큼직하게 보이고 그 아래에 “조어장부(調御丈夫)”라는 가로 현판이 걸려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대웅(大雄)”이나 “장부(丈夫)”는 모두 석가불의 별칭이므로 석가를 모신 법당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안에 모셔진 부처님들은 석가불과는 인연이 먼 불상들이다.
정면에서 바라보이는 법당의 외관은 한국의 건축과 현격한 차이를 보여준다.

정면 3칸(53m), 측면(28m)의 거대한 규모인데 우리나라 법당처럼 정면 전체가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라 벽면사이에
나무문을 조영하였다.

외부도 화려하거나 산뜻한 모양이 아니고 건물 안은 더구나 어두컴컴하여 한국의 법당과는 판이하다.
벽과 문은 단조로운 붉은 색으로 도색하였는데 건물 전체가 우중충한 느낌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정면에 5불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대좌는 높고 기묘하며, 광배도 크고 장식적이어서 단청색과 함께 호화찬란하기 짝이 없다.
건물외부와는 판이하게 다른 세계이다. 중앙의 비로자나불과 아촉, 성취, 미타, 보생불 같은 4방불을 좌우로 봉안하였는데 사이사이에는 보살입상도 봉안되었다.

비로자나불은 두 손을 맞잡은 이른바 권인을 짓고 있는데 우리 나라 고려후기에서 조선시대에 걸쳐 비로자나불에 즐겨 사용했던 수인이다.
좌우벽면에는 청나라 때의 벽화가 전면에 걸쳐 그려져 있어서 당대 불화의 귀중한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이 앞에는 사천왕과 신상이 일렬로 서있는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불상들은 모두 명대의 양식으로 당시의 불상양식을 잘 나타내고 있어서 우리 나라 조선조 불상연구에 크게 참고될만 하다.
건물을 돌아가면 석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얼굴이 단아하고 가슴이 발달되어 있는 점들은 당대불상양식의 대표작임이 분명하다. 이 역시 고려전기의 불상들과 비교할 수 있어서 고대 불상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옛 하화엄사는 요나라 때 창건된 건물과 당시의 소조상 31구를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절이다.
절문을 들어가서 하단 건물군을 지나 계단을 오르니 정면에 대웅전격인 “박가교장(薄伽敎臧)”이라는 건물이 서있다.
정면은 화려하지 않으나 전면이 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화엄사와 대웅보전과는 달리 낮설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당처럼 화려한 단청은 하지 않았다. 뜰 좌우에는 6각정이 있어서 종루와 고루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 종은 역이 요나라 당시의 것으로 귀중한 자료이다.

박가교장의 건물모습은 상화엄사의 대웅전과 비슷하며 독특한 중국식인데 정면 26m, 측면 18m의 규모로 크기는 작은 편이다. 그러나 건물 안에는 건물과 동시에 조성된 31구의 흙으로 빚어 만든 소상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우리의 주목을 끌고있다.

석가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약사, 아미타불이 배치되어 있고 각각 ㄷ자로 구성된 협시들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웅보전에 석가, 약사, 아미타 삼불상이 봉안되고 있는 것과 동일하여 그 관계성을 인정할 수 있다.

둥글고 단아한 얼굴이지만 육계가 뚜렷하지 않은 머리칼을 모자 쓴 것처럼 표현하고 있어서 인상적인 모습이며, 체구가 건장하고 얇은 대의를 입었지만 세련된 양감은 나타내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건물과 함께 요의 중희(重熙)7년인 1038년에 만들어진 불상이어서 당시 불상의 귀중한 예일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비록 색이 바래고 때가 묻어 찬란한 모습은 아니지만 고색 창연한 맛이 역사의 향기를 더욱 느끼게 하고 있다.

주위 벽은 상 ․ 하 2단으로 나누어 경전들을 넣게 하였는데 정교하기 짝이 없는 닷집형의 지붕과 난간들이 가구되어 있어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한 이 절의 경내에는 대동박물관이 있다.
이 절에는 승려가 약20명 정도이고, 신도 수는 3,000여명이라고 한다. 숫자가 얼마만큼 정확한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신도 수가 매년 증가한다는 말은 틀림없을 것 같다. 이 절 역시 서안의 홍교사나 향적사처럼 정토계 사찰이고 다같이 국영이지만 사찰의 면모가 훨씬 더하다는 느낌을 보여준다.

 

대동에서 서쪽으로 16km 떨어진 곳에 있는 운강석굴은 약 1km에 걸쳐 53개의 동굴에 17m에서 수 cm 크기의 불상 5만 1,000여 구가 돌에 새겨 있다.
운강석굴은 낙양 용문석굴, 돈황 막고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 가장 예술적 가치가 높으며 섬세하고 아름다운 채색불상으로 중국미술사에서 가장 중요시 되고 있다.
운강석굴은 거대한 절벽에 대석굴군을 단 몇 십년 동안 일거에 개척하였다고 전한다.
석굴 안에는 어마어마한 불상들이 조각되어 있어서 굴과 불상이 완전하게 조화를 이룬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더구나 모든 불상은 화려하게 채색되어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치며 찬란한 장엄의 불세계(佛世界)를 연출한다.
아울러 당시의 건축양식이나 의상, 액세서리, 음악, 무용 등 수 많은 유물 재료들을 볼 수 있다.
굴마다 번호가 있는데 이것은 만들어진 순서가 아니라 발굴된 순서로 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제20호 석굴 안의 거대하고 섬세한 불상으로 한국 역사교과서에도 소개된 불상이다.
전체 53개 동굴 중에서 제5굴은 중앙에 운강석굴 최대의 높이인 17m의 좌상이 있으며, 사방 벽에 조각된 크고 작은 불상에 둘러싸여 있다. 제6굴은 중앙에 15m 방형의 탑 기둥이 우뚝 서있으며, 벽면에는 빽빽이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제 7~19 석굴까지 제각기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중국 전통적 조소에 인도,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의 예술이 합쳐져 실로 환경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황토에 경작지를 일구어 살고 있는 농촌의 특유한 풍경을 지나면 운강석굴이 있는 마을로 들어선다.
앞에는 높은 계단이 놓여있고 그 위로 누각들이 암벽에 잇대어 높이 솟아 있고, 그 위로 특이한 절벽이 보인다.
석굴 앞에는 무주천(武州川)이 흐르나 다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좀 돌아가면 거대한 운강절벽을 따라 흐르고 있는 개울이 보이는데 옛날에는 운강을 살려주는 생명의 젖줄로 맑고 청정한 계류였지만 오늘날에는 상당히 오염되었다.
운강석굴은 이 무주천을 따라 약 1km나 길게 전개된 사암(沙岩) 절벽의 남면에 개착되었다.

오늘날 운강석굴군을 조망하자면 무주천의 대안 언덕인 남산(南山)에 올라가야 된다.

남산 언덕은 황토구릉으로, 석탄이 야적되어 있지만 이 곳에 서야만 운강석굴과 운강절벽 그리고 무주천과 운강마을의 전모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꽤 큰 냇물인 무주천과 석굴 절벽 사이에는 방사(防沙) ․ 방풍림을 심어 석굴을 보호하고 있는데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절벽을 따라 동에서부터 1~20굴과 그 서쪽에 연해서 석굴들이 개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6굴에는 전실이 다층(4층)건물로 구축되어 있어서 굉걸스럽게 보인다.
5굴의 굴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불상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채색이 탈락되거나 퇴색되긴 했어도 아직도 금빛은 찬란한 불좌상이다. 17m나 되는 이 거구의 본존상은 본실 중앙의 석주(石柱) 남면에 봉안된 도금(鍍金) 소조불인데 좌 ․ 우 동 ․ 서 벽에는 2불2보살상이 협시로 조성되었다. 이 불상은 운강석굴의 최대크기의 위용을 자랑한다.

전실의 동 ․ 서 벽에는 줄을 맞추어 천불상(千佛像)들을 새겨 놓았는데, 개성 있는 다양한 모습에 각양 각색으로 채색하여 장엄한 불세상(佛世上)를 이루고 있다. 중앙에는 감실을 만들고 2불병 좌상(二佛*坐像)을 봉안히고 있으며 상부에는 2불병좌상, 삼존불상, 단독불상 등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 굴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나무 아래서 선정에 잠신 두불상이다. 얕은 부조로서 거의 채색화에 가까운 흥미 있는 그림인 것이다.

이 굴은 전실이 방형이고, 본실이 원형이어서 우리 나라 토함산 석굴암과 비슷한 구조로 조성되었다.
따라서 양자간의 상호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다. 석굴 벽면의 구성은 일정한 짜임새가 없고 불균형으로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이 든다.

5굴과 비슷한 것이 바로 옆에 있는 6굴인데 방형의 전실과 방형의 주실로 평면을 이루었다.
그리고 본실 중심에는 불상이 아니라 탑이 봉안되어 있어서 5굴과 6굴이 한 짝으로 조형된 듯 하다.
6굴에 들어서면 벽, 천정, 탑 할 것 없이 온 굴 가득히 빈틈없이 조각되어 있어 호화찬란하고 웅대 무비한 불국토에 온 듯 감동적이다. 주실 중앙에 서있는 사방 석주의 조각도 놀랄만하다.
상 ․ 하 2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상층의 꼭지에 천개의 네 모서리에 9층탑, 4면에 불입상을 치밀하게 새겼고, 하층 4면에도 보다 자유스러운 자세의 불 ․ 보살상이 새겨져 있다. 남쪽에 불좌상, 서쪽에 불좌상, 북쪽에 2불병좌상, 동쪽에 보살교각상 등이 조각된 모습이다.
또한 이들 조각 사이에는 비천과 갖가지 꽃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탑을 돌아 들어가면서 보게 되는 것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새긴 불전도로 특히 인상적이다.
문이 있는 남벽 외에 동 ․ 서 ․ 북 벽의 상층에는 불입상, 하층에는 북벽에 불감 속의 소조 불좌상을 안치하였는데 본존불로 생각된다. 이들 석굴조각은 운강석굴 가운데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이어서 장엄하기 짝이없다.
이 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벗은 전실의 북쪽 벽 입구 좌 ․ 우 벽면에 그려진 가릉빈가상이다. 이것은 조각이 아니라 벽화로서 채색조각이 가득한 운강석굴에서는 매우 희귀한 예이다.

5, 6굴의 누각식 건물문을 나오면 오른쪽으로 3, 4굴과 1, 2굴이 전개되고 왼쪽으로 가면 7, 8굴이하 전체굴이 펼쳐진다.
5굴에서 100m정도 동쪽으로 가면 3, 4굴이 나타나고 여기서 200m 더 가야 1, 2굴이 있다. 이들을 “동방굴”이라 부르는데 주 석굴군에서 다소 외진 곳이다.
1, 2굴은 비슷한 규모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전실이 없고 탑주(塔柱)가 중심에 놓여있으며, 3면의 벽면 전체가 조각된 굴들이다. 3, 4굴은 파괴가 심한데, 특히 3굴은 폭이 50m나 되는 최대 굴로서 북위왕조의 낙양천도로 중단된 채 남아 있다.

6굴 왼쪽으로 나가면 7, 8굴이 있는데, 7굴은 5, 6굴과 마찬가지로 전실이 목조전각으로 조성되었다.
목조전각은 암벽사이에 기둥을 세워 건물이 벽면에 끼어있는 형상이다. 전실을 지나면 지나니 주실이 나타나는데 주실의 정면은 북벽이다.
주존인 미륵보살교각상의 좌우에는 불의좌상과 보살반가상을 배치하여 5존상으로 구성하였으며, 동서벽에도 불상과 불전도들이 정연하게 구성된 모습이다. 8굴도 이와 흡사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는 건물이 파괴되고 없다.
8굴의 입구 동서로 시바신과 비쉬누신이 서역적인 모습으로 부조되어 있는 것이 또 하나의 독특한 특징이다. 주실 본존은 7존의 미륵보살상과는 다른 불상이 둥근 미소를 띠고 있고 충실감과 역동감으로 표현되었다.

8굴부터는 모두 개방된 석굴들이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굴을 따라 바닥전을 깔았지만 이 길을 따라가지 않고 암벽을 따라 계속 9, 10굴을 향해 나아가면서 살펴볼 수 있다.

9, 10굴도 대칭굴이어서 서로 유사한 특징을 갖고있다.
이 굴들은 전실과 주실로 구성되었는데 전실 입구는 두 개의 8각 석주를 세워 정면 3칸을 나타내었지만 모두 마멸이 심하여 기둥에 층층이 새긴 석불상들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다. 전실은 햇빛이 비치어 조각의 세부까지 확연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는데 다른 굴과 마찬가지로 전면에 걸쳐 치밀한 부조조각으로 충만해 있다.
두 전실 모두 상 ․ 하 2층으로 층단이 나뉘어 있는데 상층에는 2불병좌상, 교각보살상, 반가상, 좌불 등을 불감 속에 새겼고, 하층에도 건물, 비천, 좌불, 입불상 등을 빽빽하게 묘사하고 있다.

10굴에는 샤마본생도, 연등공양도, 난다출가도 같은 설화도들이 새겨져 있어서 간다라 내지 서역적인 영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장식적인 조각들에는 전통중국식이 상당히 묘사되고 있어서 혼합적인 양식을 보여준다.

이 굴을 나와서 무질서하게 판 불감들이 있는 암벽을 지나자 11, 12, 13굴이 나타났다.

여기서도 9, 10굴과 동일한 개방굴을 보게 되었는데 이들은 완성된 굴이 아니라 미완성 굴이었다.
11굴은 전실이 파괴된 것 같으나 주실이 대형인 것에 주목된다.
4각형 주실의 중심에 탑주가 서있는데, 탑주 상층에는 4방에 4방불이 새겨져있고, 하층에는 3존불 입상을 새겼다. 위층의 4방불과 서벽 중층 7불입상등은 중국식복장을 하고있어서 운강 후기양식임을 직감할 수 있다.

12굴은 11굴과는 달리 전실과 주실로 구성되었고 입구에 두개의 열주가 서있는 점은 9, 10굴 형식과 비슷하다.
전실의 조각들을 상하2층으로 벽면을 나누어 조각되어 다른 굴과 다르지 않다. 상층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 초전법륜, 항마성도, 사천왕봉발사(四天王奉鉢)등 석가불 일대기(불전도)를 묘사하여 흥미 진진하며 상층 동벽의 주존은 보살교각상, 서벽은 교각5존상, 하층 동벽은 석가 다보2불병좌상들이 정연하게 묘사되어 보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13굴은 서방에 있는 담요5굴처럼 주실에 가득히 본존을 배치하는 석굴형식을 보여주지만 굴내 부는 물론 조성시기도 후대의 것이어서 서로 다르다. 주존인 교각보살상이 북벽에 거대하게 새겨져 있는데 높이가 13m나 되어 굴내를 압도하고 있으며, 좌우 측벽에는 협시 보살상이 좌우에 입상으로 새겨졌다. 주실 남벽은 4단인데 공양자 중국식복제의 7불 입상이 있고, 동서벽에는 섬세하고 우미한 불상을 새긴 불감이 배치되고 있어서 관심을 끈다.

13굴을 나서서 암벽을 따라 한참 가서야 14굴을 만날 수 있다.
이 14굴부터는 흔히 서방굴로 여긴다. 14굴에서부터 끝의 42굴까지는 계속 이어져 있어서 대군(大群)을 이룬다.

14굴은 전실과 주실을 돌기둥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 파괴가 심하여 주존불 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전실 서벽만 비교적 잘 남아있는데 선정불좌상, 교각보살상, 2불병좌상 등이 유려하게 조각된 모습이다.

15굴은 바로 옆에 있는데 전실 없이 주실만 있는 형식이다.
각 벽면마다 천불을 가득 새겨 놓아 질서정연하게 보인다.
15굴과 16굴 사이에는 작은 굴이 있는데 예배굴 이라기보다 장엄굴의 일종이다. 외벽이 무너져 동서 ․ 북벽이 노출상태로 보여 관람자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이곳은 파괴가 극심한 편인데 이것은 감실의 불좌상들이 섬세하고 우아한 불상이어서 도굴꾼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약탈해간 교각보살상(3구중 2구)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을 보면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16굴부터 20굴까지는 운강을 개착한 시기의 굴로서 운강석굴 가운데 주인공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다섯 개 굴을 이른바 담요5굴(曇曜五窟)이라 하는데, 운강석굴을 개착하게 만든 최초기의 석굴이다. 북위의 제4대 황제인 문성제(文成帝)가 사문통(沙門統) 담요(曇曜)의 건의를 받아들여 운강절벽에 석굴 5개를 조성케 한 것이 바로 담요5굴인 것이다.

하필이면 5굴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위서석노지(魏書釋老志)』에 있다.

문성제등 북위의 5황제를 불상으로 의불화해서 조성함으로써 부처님과 동일한 위력과 북위의 권위를 천하에 과시하고자 했던 것으로 믿어진다. 사실 452년에 문성제는 자신을 닮은 석상(石像)을 조성했고, 454년에는 평성의 오급대사(五級大寺)에 태조등 5제를 위해서 5구의 석가불입상을 주조해서 봉안했다고 전한다. 따라서 이와 동일한 일을 운강절벽의 석굴에 마련하자고 한 담요의 건의가 실행되었던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것은 인도석굴의 조성예에 따라 따라 서역과 하서회랑일대에 석굴조성붐이 불었던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쿰트라 ․ 키질 ․ 돈황 ․ 병령사석굴 등이 당시에 한창 개착되고 있었는데 병령사나 문수산석굴 등의 개착에 동원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감숙성 양주(凉州)에서 이동해 온 북량계 출신 공인들 내지 그 제자들이 운강석굴의 조성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고, 이 공역의 책임자인 담요 자신도 양주출신이기 때문에 석굴조성의 경험이 있었거나 관심이 지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이 처음 5굴을 조성할 당시에는 5구의 대불을 조성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석굴 안으로 들어가면 불상의 전모를 바라보거나 예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비좁은 공간 밖에 없다.
사실 수 미터 앞에서 17.8m의 거대한 본존불을 올려다보니 간신히 콧구멍이나 입 주위 또는 옷주름 일부만 식별할 수 있을 뿐이어서 이 불상들이 결코 관불용이나 예불용으로만 조성되지 않았을 것으로 사려된다.
굴 밖에서는 광창을 통해서 얼굴이나 무릎부분 등을 볼 수 있지만 이나마 전실이라도 지어놓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석굴을 어떻게 뚫고 석굴 속의 수많은 대소 조각들을 무슨 재주로 새겼는지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부터 파내려 가면서 크고 작은 대소불상들을 새기기 때문에 능숙한 조각가들에게는 기술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전체 형태를 조망하면서 작업할 수 없으므로 비례감에 탁월한 명장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워낙 수가 많고 대형이기 때문에 작업상 엄청난 돈이 들었으므로 왕실이나 국가, 대귀족의 후원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쨌든 왕은 곧 부처님이라는 사상에 입각하여 왕을 의불화해서 조성한 이 담요5굴은 우리들에게 조각의 위대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16굴의 경우 문과 광창을 뚫은 석실만으로 구성된 단순한 석굴형식인데 이런 형식은 담요5굴에 모두 공통되고 있다.
본존불입상이 다른 4굴의 양식과 다소 다르며, 벽면이 고르지 못하고, 하층 벽면이 잡연한 것 등은 이 굴의 조영이 중단되었다가 그 후에 완성되었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사실 시무외 여원인을 한 이 대불은 파상발, 긴 얼굴, 풍만한 면모, 중국식복제 등 후대의 양식이 짙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7굴의 형식도 다른 굴과 비슷하지만 북면 본존이 교각상이란 점이 독특한 점이다. 또한 광창 동쪽벽의 교각상과 2불병좌상 아래에 “太和十三年(489년)에 비구니 혜정(惠定)이병의 쾌유를 기원해서 석가 ․ 다보 ․ 미륵상 3체를 조성한다”는 조성기가 적혀있다.

18굴 역시 다른 굴과 동일한 형식으로 주존불은 15.6m나 되는 거불 입상이며 동서벽에 협시불입상과 이 사이에 각각 보살상 1구씩이 배치되어 있고 보살 위에는 10대 제자상(?)이 새겨져 있어서 다른 굴과 틀리는 점이다.
주존불의 얼굴과 하반신, 손 등은 손상이 심하지만 괴위한 얼굴, 대의의 습벽에 수많은 소불들을 새긴 점이 특이하며, 이런 점에서 비로자나불이라는 설도 있다.

19굴은 다른 굴과는 달리 전실좌우에 측실이 있고 거대한 주실까지 조영되어 이른바 3굴이 있는 운강 최대의 석굴이다.
턱과 코끝이 떨어져 나간 본존좌불(17m)은 어두워서 잘 볼 수 없지만 오른손은 들어 시무외인, 왼손은 무릎 위에 얹어 옷자락을 잡고 있는 점이나, 우견편단의 불의와 옷주름 등이 20굴 본존불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남서벽과 남동벽의 불입상은 세련된 형태나 U형의 불의 등 인도 굽타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초기양식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서측실은 앞벽이 무너져 불의좌상이 봉안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진촬영에 안성맞춤이다. 19굴 전면 벽과 내부벽까지 수많은 불상들이 가득 새겨져 있으나 마멸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19굴을 나서면 20굴 본존불상이자 운강석굴의 하이라이트인 운강대불이 시야를 가득메운다.
도저히 그 전모를 볼 수 없었던 자용(慈容)을 전면 벽이 무너져 내림으로써 뭇중생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연인가. 위엄에 찬 얼굴, 당당한 체구, 불꽃같은 옷 주름 등 인도불상의 양식이 짚게 모이면서도 웅장하고 강건한 북방기질까지 여실히 나타나고 있어서 불(佛)의 위엄과 자비가 충만한 13.4m의 거불좌상인 것이다.
이 불상의 후 벽에는 화불과 불꽃무늬가 번갈아 새겨진 광배가 전면 벽에 가득히 있어서 초기 불광배의 독특한 특징을 잘 볼 수 있다. 20굴 대불을 먼발치서 바라보면 그 웅장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21굴 이하 42굴까지는 낙양천도 이후 (대개 515~534년)에 조성되어 용문양식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현재는 파괴가 심하여 완전한 것은 찾아볼 수 없는 편이다.
 전실은 거의 없고 주실 앞벽도 대개 파괴되었거나 조각의 경우 마멸이 극심한 편이다. 불상의 체구는 세장하며, 중국식 복식을 입고 있는데, 좌상은 옷자락이 대좌 아래로 내려가는 이른바 상현좌(裳懸座)가 현저히 등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들 굴은 낙양으로 천도한 후 (494년)에 조성되었기 때문에 국가적인 사업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비구들이나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개착한 석굴로 보여진다.
따라서 규모나 조상들이 거창하지는 않지만 용문 석굴의 용문 양식과 더불어 당시 조각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인 것만은 분명하다.

 

항산(恒山) 혼원현(渾源縣)내에 위치하고 있다.
약 4000여 년 전에 순제(舜帝)가 이곳에 순시를 나와 이 곳의 산세가 웅장하고 드높음을 보고 “북악”이라고 봉했다.
항산(恒山)의 주봉은 해발 2017m이며 산 위에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고목들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전정루(殿亭樓)주변에 흩어져 있어 북악의 웅장함을 더해준다.
옛날에는 항산 18경(十八景)이 있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朝殿, 會**, 九天, 縣空寺등 10여 곳이 남아 있으며 가장 유명한 절경은 역시 현공사이다.

금용구(金龍口) 절벽에 위치하고 있는 현공사(縣空寺)는 홍색과 녹색으로 어우러진 건축물로 유명한 절이다.
그 모습이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워 마치 한 폭의 채색화를 대석벽(大石壁)에 옮겨 놓은 듯하다. 그 지방의 민요 가사 중에 “현공사, 높고 높구나, 마치 공중에 세 마리의 말꼬리를 매달아 놓았구나.”라는 구절이 있을 정도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현공사는 북위왕조후기에 처음 세워져 금, 명, 청 삼대에 걸쳐 제건한 곳으로, 140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산문(山門)은 남쪽 산세에 위치하고 있으며 40여 개의 크고 작은 불전과 우대각(宇臺閣)은 일자형으로 암벽에 배열되어 있고 남북으로는 용이 웅크리고 있는 듯한 형상을, 동서로는 작은 호주머니를 연상케 한다.

멀리서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제비집처럼 매잘려있는 현공사를 바라볼 수 있는데 정말 기이한 절경이다.
현공사는 여러 채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바위에 잇대어 가구한 일종의 석굴전실실 건물들이어서 2, 3층의 다층을 이루고 있다.
기묘한 건물들이 공중에 매달린 듯 바위에 붙어 있어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는 듯 하지만 건물 내부도 위태로운 난간과 미로 같은 길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되어 무척 흥미롭다. 벽에는 현공사 사적비명과 시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어서 이 절의 연륜을 과시하고 있으며, 누각이 있어서 밖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절의 초점은 안쪽에 배치된 마애불들이다.

마애불은 감실을 파고 불상을 새긴 것인데 거대한 불상들이 몇 구나 있다. 조각솜씨가 훌륭하여 걸작들이라 할 수 있는데 “석굴의 석불”로 우리 나라 마애불도 대부분 이런 전실 속에 봉안되었던 것이므로 이곳에서 그 원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한 실에는 마애 조각군이 눈길을 끌고 있는데 민간신앙과도 연결된 신상들이어서 무척 흥미롭다.

현공사는 외견상 높이가 들쑥날쑥하여 가지런하지 않으나 내부상으로 보면 상당한 독창성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가 있다.
이 현공사는 세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먼저 삼궁전(三宮殿)은 도교의 천지(天地)이다. 몇 곳의 흙인형상은 모두 새의 눈썹에 검은 얼굴을 띄고 있다. 계속하여 삼성전(三聖殿)이 있는데 이곳은 불교의 세계이며 불상은 온화한 얼굴을 하고 연꽃 위에 봉안되었다. 마지막으로 삼교전(三敎殿)이 있는데 이곳은 중국문화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가운데에는 석가모니(불교)가, 우측은 공자(유교)가, 좌측은 노자(도교)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주종교(主宗敎)의 온화하며 넓은 도량을 전심전의(全心全議)로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