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기르(왕사성/王舍城)

파트나에서 약 100여 KM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나알란다에서는 버스로 약 30분 거리다. 마가다국의 수도인 라지기르는 강력한 부족국가로 빕비사리 왕이 통치하고 있었다.

라지기르에 들어서면 범상치 않은 지형임을 알 수 있다. 광활한 평지에서 원만하게 솟아오른 봉우리가 둘러싼 천혜의 요새이며 철이 많이 나고 주위에 넓고 기름진 평야가 있어 통치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 처음 출가하여 바이샬리를 거쳐 얼마 후 이곳 라지기르의 우드라카 라마푸트라 선인을 찾아 비상비비상처(표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삼매의 경지)의 가르침을 받았다.

당시 마가다국은 종교의 중심지로(자이나교 교주 마하비라가 14안거를 이곳에서 하였고 20번째 교주의 탄생지이기도 하였다) 많은 수행자,사문들이 수도하였는데 석존도 역시 그 중의 한사람 이였다. 당시 빕비사리왕은 이들을 적극 보호하고 옹호하였는데, 어느 날 빔비사리왕이 탁발는 석존을 발견하고 그 단정한 태도에 감복하였다. 빕비사리왕은 의관과 격식을 갖추고 석존을 찾아가 코끼리군대와 재력 등의 후원을 약속하며 라지기르에 머물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석존이 지원을 거절하고 수행자로서 길을 걷고자 하자 빔비사리왕은 뜻을 이루신 후 꼭 라지기르를 찾아 주실 것을 간청하였다 한다. 훗날 가야 우르빌라마을의 가섭 3형제와 1000명의 제자가 부처님께서 귀의 하였다는 소문이 널리 알려지자 마가다국의 빕비사리왕은 사신을 보내 부처님을 초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가야에서 왕사성에 가까운 장림(杖林)에 도착하자 빕비사리왕은 12만명의 바라문과 장로 백성을 대동하여 설법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법문을 하시자 모든 이가 진리의 법을 향하는 눈이 열렸고 12만명의 대중에서 1만 명이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한다.

빕비사리왕은 정사를 새워 부처님께 기증하여 안거를 지낼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곳이 최초의 불교사원 죽림정사이다.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 사리푸트라(舍利弗)는 목갈랴나를 비롯한 250명의 동료와 함께 산자야라는 사문의 제자로 수행하고 있었는데, 거리에서 탁발을 하고있는 아쉬밧지(최초 5비구중의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사라푸트라는 아쉬밧지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여 “ 어느 분이 스승이며 그의 가르침은 무었인가?” 하고 물었다.

아쉬밧지는 사리푸트라에게 스승인 부처님의 인연법을 설명해 주었다. 곧 지혜의 문이 열린 사리푸트라가 기쁨에 넘쳐 목갈라야나와 250 동료에게 부처님의 법문을 전하자, 이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모두 귀의하였다. (산자야 사문은 이 소식을 듣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한다.) 이로서 불교교단은 하나의 종교로 정착하고 완성을 보게되었다.

(경전에 나오는 가섭 3형제의 1000명과 250명, 즉 1,250은 많은 수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불교교단의 정착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석존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실 때 운집한 1225명의 대중도 많은 수를 나타내는 상징적 수라 할 것이다.

또한 이곳 라지기르는 마하가섭에게 심법(心法)을 전하여 후계자의 자리를 정해준 곳이며 최후의 열반 길에도 이곳을 경유하셨다.

라지기르는 불교교단의 완성과 의의에서 아주 중요한 성지로 혜초스님은 부다가야,녹야원,쿠시나가라와 더불어 왕사성을 4대성지로 꼽았다. 탄생지인 룸비니 대신 이곳 왕사성을 4성지에 넣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시 종교의 중심지인 라지기르에 최초의 불교정사가 건립되고 교단을 완성하였으며, 법화경의 설하신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처님 입멸 후 그간의 법문을 모아 최초의 불교결집이 이루어진 곳이다. 이밖에도 라지기르에는 데바닷다의 취상조복과 빕비사리왕에 대한 많은 일화 등이 전해지는 곳이다.

라지기르의 유적과 간략사

부처님 열반 후 마가다국의 아자세왕은 부처님의 사리 8등분을 얻어 이 곳 라지기르에 사리탑을 건립하였다. 그러나 이곳은 용수부족으로 수도가 파틸라푸트라로 옮겨진 후 급격하게 쇠퇴해져 B.C 250년경 아쇼카왕이 이 곳 라지기르를 순례하고 스투파를 세웠을 때는 상당히 황폐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은 불교가 거의 사라져 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A.D 640년경 이곳을 순례한 현장은 “외측의 성벽은 이미 허물어져 흔적도 없지만 내성은 허물어져 있어도 아직 기초가 높이 남아있다”고 기록하고 있어 지역의 황폐함과 함께 불교도 쇠락한 것으로 생각된다.

근세 들어 발굴작업이 이루어져 영축산을 비롯한 죽림정사,칠엽굴, 왕궁터 등 대부분의 유적터를 확인하였다.

죽림정사

죽림정사의 건립은 승원제도의 시작으로 유행교단에서 정착형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날란다에서 라지기르로 오는 초입 신 왕사성터(시달림)을 지나면 오른쪽에 대나무 숲이 있는 죽림정사 터이다.

현재는 입구에 이교도의 무덤이 몇 기 있고 대나무 숲과 카란다 연못이 있으며 건너편에 불상이 조성되어 있다.

부처님을 초청한 빕비사리왕은 사람들이 세존을 찾아가기 쉽고 너무 혼잡하지 않은 아늑한 곳에 부처님이 기거 하실 수 있는 자리를 물색하였는데, 역시 부처님께 귀의한 카란다 장자가 죽림원(竹林園/베누바나)라는 아름다운 동산을 부처님께 바치자 왕은 그 곳에 정사를 건립하여 부처님께 기증하였다. 이 곳이 최초의 불교사원인 竹林精舍이다.

카란다 장자는 이교도로 이미 죽림원을 이교도에게 기증하였으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개종하여 이교도로부터 이 땅을 돌려 받아 기증하였다 한다.

기록에는 하룻밤 사이에 60채 정사를 건립하였다 하나, 최초에는 비를 피하는 오두막 정도였을 것이며 후에 제대로 된 건축물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그의 대당서역기에서 “지금도 정사가 있고 벽돌집은 동향으로 문을 열어 놓았다.

여래는 재세중에 이곳에 많이 있었으며....... 지금은 여래의 몸과 같은 상이 서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20세기 초에 인도 고고학국의 발굴에 의하여 몇 개의 스투파 터와 요사체 터 등이 발굴 되었고 항아리와 , 보살좌상 등이 발굴되었다.

발굴품 중에는 10세기 경 것으로 추측되는 법신계의 일부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현장스님의

순례 이 후에도 간간히 불교의 맥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불사리탑(아자타샤트루왕 스투파)과 아난반신사리탑

현장의 기록에 의하면 부처님 열반 후 사리를 나누어 가진 마가다국의 아자세왕이 세운 스투파가 죽원의 동쪽에 있으며 후에 아쇼카왕이 신심을 일으켰을 때 탑을 열고 사리를 꺼내어 탑을 세웠으나 아직도 남아 가끔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하며, 아난존자가 바이샬리국과 마가다국의 전쟁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반분하여 사리를 나누어 주었는데 아난존자의 반신 사리탑이 아자세왕 스투파 옆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는 죽림정사 길 건너편에 신왕사성 쪽으로 조금가면 아제세왕 스투파 터가 있으며 아난반신 사리탑은 위치를 확인 할 수 없다.

< 법화경의 설법지 영축산 >

빕비사리왕 길을 따라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면 영축산이 보인다. 옛날 독수리가 살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또는 산 정상부가 독수리가 앉은 모양이라 하여 영축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왕사성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20세기 초 발굴작업으로 이곳 정상부에서 부처님 설법상과 과거7불,미륵보살상,연꽃봉우리 형상 등이 출토 되었으며 현재 날란다박물관에 보존되고 있다. 현재의 부처님 설법좌는 1903년 복원한 것이고 그 옆에 아난이 머물렀다는 시자실의 기단부가 남아있다.

부처님께서 이곳 영축산에 머무시는 동안에 대승경전의 으뜸인 법화경을 비롯한 보적경,대집경,허공장경 등 대승경전들을 설법하셨으며, 부근에는 아난존자와 사리푸트라 등 많은 제자들도 함께 수행한 동굴터가 남아있다.

현장스님의 대당서역기 중 일부를 옮겨보면 “그 남쪽 벼랑아래 스투파가 서있다. 여래가 이곳에서 법화경을 설법했다.

정사 남쪽 벼랑아래 큰 석실이 있다. 여래가 옛날 이곳에서 선정에 들었다. 부처님 석실 서북쪽의 석실 앞에는 큰 암석이 있다. 아난이 이곳에서 마왕한테 위협을 당했던 곳이다.......중략.......정사옆에 석실이 몇 개 있다. 사리푸트라등 대아라한들이 여기서 선정에 들었다........중략..... 정사 동북쪽 돌골짜기에 큰 암석이 있다. 여래가 가사를 햇볕에 말리던 곳인데 가사의 무늬가 분명하여 그 선명함이 조각해 놓은 것과도 같다. ..........중략....북쪽산 꼭데기에 스투파가 있다.

여래가 마가다성을 멀리서 바라다 본 곳인데 이곳에서 7일 동안 설법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기록으로 추측해 보면 우기동안은 여래와 제자들이 죽림정사에 머무르다 주로 들과 산에서 선정에 들거나 설법하신 것 같다.

이곳 영축산에는 부처님의 일화가 많이 남아있다.

마하가섭은 짧은 시간에 불교의 깊은 뜻을 체득하였는데 바이샬리에서 이곳 라지기르로 부처님함께 8일 동안 걸어 오면서 부처님만이 지닌 32상호를 갖추게 되었다 한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설법도중 한 송이의 연꽃을 대중에게 들어 보였는데 모두 그 까닭을 몰라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마하가섭 만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한다.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와 함게 心法을 전한 유명한 일화이다.

또한 가난뱅이 여인의 등불은 듣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영취산에서 부처님의 설법이 있는 날 밤 빕비사리왕은 삼기름 1백섬으로 영축산을 밝혔다. 이날 한 가난한 여인이 부잣집 마당을 청소해준 대가로 삼기름 한홉을 마련, 부처님께 등불을 밝혔는데 날이 새어 목련이 등불을 모두 끄려했으나 가난한 여인의 등불만은 꺼지지 않았다.

목련이 등불하나가 꺼지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부처님께서“두어라. 이 불빛은 앞으로 올 미래부처의 빛이며, 그 빛의 덕이니라. 이 등불을 바친 여인은 지난 날 일백팔십억의 부처에게도 빛을 바쳤으며 예로부터 부처가 될 것이 약속되었구나!”라고 그 덕을 말씀하셨다.

이외에도 어느 소년이 순수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모래 한줌을 바쳤더니 모래가 금으로 변했으며 순수하게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훗날 아쇼카왕으로 때어났다는 일화가 전하고 있다.

< 최초 결집지 칠엽굴(Saptaparni) >

죽림정사 서남쪽 2km 지점에 석실이 있다.

원래는 미생원왕(빕비사리왕의 아들)이 대아라한들을 위하여 굴 앞에 건물을 지어 기증한 곳인데, 이곳이 유명한 제 1차 결집을 행한 유명한 칠엽굴이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들자 게으른 비구들 중 “여래가 입멸하였으니 우리들은 안락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죄를 범하여도 누가 벌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며 태만한 자가 있었다고 한다 . 마하가섭은 여래의 입멸 6개월 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할 경전을 집결하기로 결심하고, 성과를 증한 아라한들을 불러모았다.

이때 모인 아라한의 수가 999명이라 하고 또는 500명이라는 설도 있는데 리 부처님의 말씀을 제일 많이 접한 아난다가 경을,우파리가 율을 독송하고 마하가섭이 리더가 되어 결집 하였다 한다.

그리하여 우기의 3개월 동안 (5월16-8월16일)아라한들의 만장일치로 논,경,율 3장을 결집하여 최초의 대장경을 완성하였다.

아난은 부처님을 시봉하고 설법에 빠짐없이 참석하였으나 미처 깨달음을 이루지 못해 결집에서 제외되었다가 좌선 정진하여 나한과를 증 한 후 가섭의 허락을 얻어 결집에 참가하였다. 이렇듯 최초의 결집은 수행자나 학습 중인 제자들을 제외된 장로들만의 모임에서 결집이 이루어졌는데 이를 상좌부 결집이라 한다.(500결집 또는 굴내결집이라고도 한다)

현장에 의하면 칠엽굴 결집에서 제외된 수행자나, 학습자, 재가불자 등 많은 사람들이 따로 모여 대중부 결집(굴외결집)을 하였다는 자리에 스투파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동시대의 결집인지 그 이후인지 진위 등은 정확하지 않다.

<그 외의 성지들 >

신왕사성- 빕비사리왕은 궁성에 자주 화재가 발생하자 포고령을 내려 화재를 내는 사람은

시달림(한림)으로 추방케 하였다. 그러나 왕이 먼저 실화를 하자 법을 솔선하여 왕위를 태자에게 넘겨주고 왕궁을 벗어나 시달림으로 이주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이웃 바이샬리국이

왕이 궁 밖에 있음을 알고 군대를 이끌고 공격하자 아쟈타샤트루 왕세자가 급히 군대를 이끌고와 성곽을 쌓고 새로이 수도를 옮겨 방어하였다.

빕비사리왕의 새로이 성을 정하였다하여 신왕사성 하였다. 신왕사성의 서쪽으로 아쇼카왕 스투파터가 남아있는데 현장의 기록( 죽림정사에서 2-3리)과 일치한다.

후에 마가다국은 망하고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대왕은 이곳에 바라문들이 살게 하고 수도를 현재의 파트나로 옮겼다.

< 빕비사리왕 감옥터 >

- 구왕사성터 영축산이 올려다 보이는 곳에 빕비사라왕 감옥터가 있다.

아쟈타샤트루왕(미생원왕)이 데바닷타와 짜고 빕비사리왕을 감옥에 가둔 곳이다.

빕비사리왕은 감옥에서 다리가 잘리고 굶주림에 시달리다 어머니 바이데히의 간청으로 마음을 돌린 미생원왕이 사람들을 보내 모셔오려 했으나, 요란한 발소리에 놀라 기절하여 죽었다 한다. 이 때가 즉위 50년경 부처님 열반전 8년경 일이다. 훗날 매생원왕은 의사 지바카의 권유로 부처님께 인과응보의 법문을 듣고 참회하고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한다. 데바닷타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교단을 버리고 이곳 라지기르로 와 독립적인 교단을 만들고 아쟈타샤트루 세자의 신임을 얻어 정착하였다. 데바닷타는 돌을 굴려 부처님을 해치려 하였고 술취한 코끼리를 놓아 여래를 해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결국은 기원정사 부근에서 지옥에 빠져들고 말았다. 라지기르입구 왼쪽언덕에 그가 선정에 들던 동굴이 남아있다.

그 외에도

구왕사성에는 의사 지바카의 집과 망고나무 동산 터가 남아있다. 죽림정사 입구쪽 언덕에 온천이 있는데 이곳은 부처님 당시 온천정사로 추정되며 이물은 설산(티벳 카알라사산 마나사로왈 호수)에서 흘러온 것이라고 하며 부처님 당시 비구들이 자주 온천을 하던 장소이다. 현재에도 힌두교 성지로 이 신성한 물에 많은 사람들이 몸을 씻고있다.

그 위 언덕에는 마하가섭이 거주한 곳으로 추정되는 핍팔라석실 있으며 이곳에서 라지기르전체를 조망 할 수 있어 현지인들은 마챤(전망대)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