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

서안을 떠난 구법 수행승들이 첫 번째 발을 들여 놓는 곳이 천수(天水)이다.

서안에서 약 300km 서북쪽.

천수, 하늘의 냇물이 이곳으로 솟는다는 전설의 지명을 가지고 있으며, 기원전 11세기경 주(周) 때에 이미 마을이 형성된 곳으로서 오늘날의 감숙성(甘肅省) 동남부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 옛날 한(漢)나라 때 지금 천수시 남쪽에 갑자기 땅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하늘의 물이 흘러나와 조그만 호수를 이루었다. 이 호수는 그후 어떤 가뭄에도 마르는 일이 없어서 이곳 사람들은 '천수정'(天水井)이라 했다고 한다.

한나라 때 서역을 정벌한 무제(武帝)는 이 천수정 근처에 성을 쌓아 천수성(天水城)이라 이름했다. 지금도 그 성터는 남아 있다.

천수에는 불교 유적으로 첫 손을 꼽는 것은 맥적산(麥積山) 석굴(石窟)이다.

맥적산 석굴은 천수에서 남동 45km 지점, 진령 산맥의 서쪽 암산을 이용해서 만든 석굴로서 창건된 것은 5호16국 시대(4~5세기)이다. 그 후 청나라에 이르도록 손을 댔으며, 현재 194개의 굴이 있고, 7,800체의 불상과 1,000m2의 벽화가 현존한다.

기원 734년 큰 지진으로 중앙부가 붕괴되어 현재는 동과 서로 나뉘어져 있으며 동에 54굴 서에 140굴이 있다.

석굴들은 수직의 암벽에 파져 있어서 돈황 석굴이 큰 화랑이라면 맥적산 석굴 사원은 조소관(彫塑館)이라 할 수 있으며, 평지에 원추형의 맥적(보리를 싸놓은 모습)형이어서 독특한 의취를 자아낸다.

맥적산의 높이 142m이며 석굴은 지상 20m~80m 사이에 있는데 보전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특히 맥적산 석굴의 불상은 예술적이라기보다 인간적인 정서가 어느 불상에서나 풍기는 것이 특색이며 남녀의 상이 정답고 보살과 제자의 표정, 보살과 공양주의 모습 등이 따뜻한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불상들의 의상 등은 북위의 것은 인도풍이며 서위시대의 것은 여러나라 의상을 입고 있다.

133굴에는 여러 불상이 함께 조각되어 있고, 87굴은 서역승의 모습이, 43굴 165굴은 공양 천녀인데 송나라 때 것이고 121굴은 보살과 제자상 123굴은 공양 동남 동녀상, 133굴은 석가와 제자상, 44굴에는 아미타불상 등이 조각되었으며 54굴에는 마애대불이 새겨졌고, 43굴에는 위의 문제황후의 묘소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밖에 258굴의 천불상, 비천벽화 등이 유명하다.
  

 또 천수에는 감천(甘泉), 마포천(馬砲泉) 등의 약수터와 같은 명천(名泉)이 있다. 옛날 당나라 명장군 위지경덕(慰遲敬德)이 서역정벌에 나가는 도중 이곳에서 물 때문에 고생하는 군사들을 보고 가엾게 여긴 나머지 장군이 타고 있던 천마(天馬)를 채찍하여 말굽으로 거듭차게 했더니, 그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달고 맛있는 물이 솟아 났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도 '향미승우유'(香美勝牛乳)라고 읊고 있다.

천수에는 옥천관, 복희묘, 맥적산 석굴 외에 관광명소로서는 남곽사(南郭寺), 이광리(李廣利) 묘 등도 있다.

남곽사의 창건기는 불명확하나 면적이 8,164m2나 되는 넓은 사원이며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이곳에서 시도 짓고 물도 먹었다는 샘이 있어서 유명하다.

이광리 묘는 천수 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는 전한시대 흉노 정벌에 공을 세운 명장으로 흉노와의 싸움을 70회 치러 흉노들에게는 '나는 장군', '말에서 활을 쏘는 장군'등으로 불리워 가장 무서워했다고 <사기>는 적고 있다. 지금 그의 묘에는 시체는 어디 있는지 모르고 다만 그의 칼과 옷을 묻고 기념비를 세웠다고 전한다.

천수에는 시가지 북쪽에 낡은 도교사원(道敎寺院)도 있다. 이른바 옥천관(玉泉觀)이다. 이 사원은 원대 1299년에 창건되었으나 그뒤 퇴락한 것을 명(明), 청(淸) 때에 다시 복구했는데 잿빛 기와나 붉은 벽돌은 전형적인 중국 사원 건축 모습이다.

중국에는 일찍이 도교(道敎)가 발달하였다.

2000년 전에 이미 노자(老子)가 세상에 나왔고, 그뒤 신선(神仙) 사상과 함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나 장생불사(長生不死) 사상, 그리고 태상노군(太上老君)이나 상제(上帝) 사상과 함께 중국의 역사상 널리 보급되었다.

그리고 이 도교 사상은 그뒤 불교의 여러 사상과도 융합되는 가운데 동양사람에게는 큰 세력으로 확산되어 민속 신앙의 차원을 넘어 종교적 신앙 사상의 경지로 뿌리를 내렸다.

옥천관 신전에 오르는 길 양쪽의 석등이나 나무에는 많은 신앙인들이 지전(紙錢)을 태운 흔적이 있으며, 향을 피우고 촛불을 켜고 있다. 지전을 태우는 것은 일종의 소지(燒紙)로써 저승에 영혼이 갔을 때 그곳에서도 노자가 필요하며 극락상천(極樂上天)에 순탄하게 가게 하기 위해서는 살았을 때 미리 지전을 태워서 그것을 상천에게 향응케 해야 된다는 것이다.

옥천관은 특히 영험이 많은 사원으로 알려져 먼 서안에서도 신자들이 온다는 것이다.

천수의 북서쪽에는 또 봉안현(奉安縣)에 복희묘(伏羲廟)가 있다.
이 묘도 천수에서는 옥천관과 함께 많은 신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복희는 중국 역사상 역사 창조의 신이며, 건국의 황제이다. 주역(周易)의 철학은 복희로부터 생성되었다. 그는 주역팔괘(周易八卦)만이 아니라 문자를 만들고 말을 보급했으며, 사람과 가축, 식물과 생물이 살아가는 이치를 구명했다. 사람이 시운에 쫓아 순리대로 살아가는 길을 열었다고 전하는 인간이자 신이요, 황제이자 사상가이다.

복희는 중국인들의 민간 신앙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신앙상의 인물로서 마치 우리 한민족이 단군 성조를 섬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많은 신앙인들이 이 묘에서도 합장 참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