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주 난주는 황화가 시가지를 감싸 2천 년의 문화를 낳은 도시이다. 길고 긴 황하는 난주에서 제 모습을 갖추며, 장안에서 서역으로 나가려면 난주에서 반드시 황하를 건너야 한다. 난주(蘭州)는 감숙성(甘肅省) 성도가 있는 곳으로서 장안에서 하서회랑 길로 나아가는 관문이자 요소이다.   장안에서 난주로 나가려면 협서성 고원(固原) 쪽 동쪽 길로 갈 수도 있고, 천수에서 임하(臨夏) 쪽 서쪽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장안에서 난주까지는 약 600km, 서울에서 부산가는 거리보다 멀다. 난주의 총면적은 13,869km2, 5구 3현을 통괄하며, 도시의 면적은 16,316km2, 도시 인구는 200만 정도이다.   난주는 황하에 둘러 쌓인 천연의 도시로서 철교가 서너군데 있으며 지대 자체가 기련 산맥, 곡절험협(曲折險峽), 반선육(盤旋六) 등 산줄기 속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시의 해발고가 1,500에서 2,000m나 된다. 그리고 난주는 황하의 상류답게 산들이 모두 붉은 황토 흙으로 되어 있다.   장안에서 난주로 들어서면 우선 2,000m의 육반산이 가로막고,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 시가지에 들어서는 것이 특징이다. 육반산 서북쪽에는 황하가 흐른다. 장안에 흐르고 있는 위수(渭水)도 황하로 흘러들어 가지만 난주를 한 바퀴 도는 황하는 사막의 동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멀고 먼 여로를 떠나며 높은 산들이 군데군데 강의 맥을 끊고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뉘어진다.   황하 멀리 황토의 충적층(沖積層)이 보이고, 그 한 쪽은 보리밭이 연해 있다. 육반산 기슭에는 역대 왕조의 무덤인 배장총(培葬塚)이 군데군데 있다. 난주는 육반산의 서남쪽 황하를 북서쪽에 끼고 자리 잡고 있다. 옛날에는 난주를 금성(金城)이라 했었고, 중국의 서북쪽에 있는 유일한 신흥 공업도시이다.   난주는 우루무치, 북경, 서안 등으로 가는 철도의 집합지이기도 하고 시내에는 100만 평 규모의 석유화학 콤비나이트 공장과 합성섬유, 석유화학 등의 공장이 즐비하며, 이들 공장에서는 검은 연기를 하늘에 뿜고 있다. 난주에서 성내(城內)라고 불리우는 구시가지는 황하의 철교를 건너서 있는데, 그곳에는 백탑산(白塔山)이 동북쪽에 우뚝 섰다. 산의 모습이 베레모 같은 형상이고 하얀색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백탑산 산정에는 고사(古寺)와 고탑(古塔)이 있다. 명나라 때 세운 절인데 좀 퇴락하였다. 그 일대는 지금 시민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산정을 돌로 밟고 올라가면 눈아래에 황하가 보이고, 그 건너 난주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누런 모래를 싣고 대국을 가로 지르는 장강.   황하는 모래로 해서 누런 빛이요, 이 일대에서부터 누런 흙이기 때문에 강의 기슭도 강의 바닥도 모두 누렇고 빛도 누렇다. 황하의 물은 흙물이다. 물은 흙속에서 나와 흙 속을 뚫고 흐르며 마침내 커다란 황해를 만들었다. 누런 흙은 그 시원이 고비 사막이기도 하고 기련 산맥일 수도 있다. 황해물을 분석하면 1,000톤의 물 중 3톤은 흙이라 한다.   백탑산 기슭에는 특수한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마을이 있다. 이 주택가에 사는 사람은 눈이 크고, 피부 빛깔이 약간 검으며 수염들이 많다. 듣건대 회족(回族)이라 한다. 그들은 이슬람교를 믿고, 돼지고기는 일절 먹지 않는다. 현재 감숙성 일대와 난주에는 회족이 95만, 티베트족이 30만, 도우족이 1만5천, 만주족이 1만, 사라족이 5천, 카자흐족이 2만4천, 돈샨족이 23만, 빠오안족이 8천 등 여러 소수 민족이 산다. 그러나 한족이 92%이고 나머지가 소수민족이다.   백탑산 건너편 남쪽에는 고란산(皐蘭山)이 있다. 황하를 끼고 북쪽 강변의 백탑산과 마주보고 있다. 고란산 중턱에는 당나라 때에 지었다고 하는 당(堂)이 여기저기 보인다. 당속에는 신주를 모시고 있으며 도사풍의 점성가도 있다.   그 옛날 한(漢)나라 때 무제와 함께 상승 장군이라고 불리운 곽거병(霍去病)이 이곳 난주를 흉노토벌의 점거지로 삼았으며, 흉노를 정벌하던 도중 사막길에서 물이 없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거느리고 있는 군사를 살리기 위해서 말을 타고 이 산에 올라가서 채찍으로 다섯 번 찔렀더니 갑자기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다섯 개의 샘이 산허리에 생겼다 한다. 그로부터 이산 기슭에는 그를 섬기는 '당'도 생겼다. 샘 이름은 '감로', '국월', '모자', '혜', '몽', 이다. 곽 장군의 이름 거병(去病)도 또한 이들에겐 신비한 매력을 끌게 된 이유가 된다.   난주 황하의 북쪽 51km 지점에는 해발 3,021m의 흥룡산(興龍山)이 있는데, 여기에는 징기스칸의 기념관이 있다. 그가 서하(西夏)를 칠 때 여기서 죽었기 때문에 여기에 임시 묘소를 만들었다가 다시 몽골로 가져갔다 한다.(대하와 전투 중 흑수성에서 중상을 입음)   난주에는 감숙성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1958년 소련 기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데, 진열 면적이 1,800m2나 되며 중국 박물관 중 수위의 것이다. 진열되어 있는 유물들은 대개 서역행로 실크로드와 관계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석기 시대부터 명(明)대까지의 것들이다. 특히 한 ․ 당 시대의 것 중 무위(武威)의 뇌대(雷臺)에서 출토된 초거(軺車:천정이 없는 차)나 각종 모습의 군마, 무사용(武士俑)들은 괄목할만 하며 그 중에서도 마답비연(馬踏飛燕)의 천마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것은 1969년 무위(武威)의 한 대 장군의 묘에서 동마들과 함께 출토되었는데 높이 35cm, 길이 40cm의 정동체이다. 이 말은 머리를 약간 왼쪽으로 치켜들고 우짖고 있는 모습이며, 꼬리는 바람에 날리고 있고, 네 다리 중 앞발과 뒷다리 하나는 하늘을 날고 있다. 그리고 뒷발 하나는 나는 제비의 등을 스쳐가는 듯하다. 그래서 이름이 '나는 제비','그것을 밟고 뛰는 말'이라고 했다. 제비는 날개를 펼치고 목을 돌려 놀라듯 말을 쏘아보고 있다.   서역을 토벌한 장군들이 탄 준마가 분망하게 달리며 지금이라도 곧 하늘로 날아갈 듯한 모습으로 2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당시의 예술조각의 수준이 어떠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 '마답비연'상은 파리, 뉴옥, 동경 등에서도 전시되었다.   박물관에는 말이나 낙타의 토용(土俑)들이 1m나 되는 큰 것이 있다. 위나, 진나라 때의 벽화 중 가욕관(嘉峪關) 고분에서 발견된 벽화 등은 특색이 있고, 이때의 고분에서 나온 길이 40cm, 폭20cm의 벽돌 등에는 하나 하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을 모르타르로 칠을 해서 이채를 끈다.   이밖에 서역교역을 통해서 물물교환된 고대의 견직물, 융단, 무위에서 출토된 서하(西夏)의 비문 등의 탁본이 진열되어 있다.   병령사(炳靈寺)천불동은 난주 서남 120km 지점에 있다. 난주 시가지에서 서쪽으로 붉은 황토길 2천 미터의 크고 작은 산허리를 돌아가면 황하의 상류가 나타나고 유가협(劉家峽) 수력 발전소에서 배를 타고 황하를 거슬러 올라간다.   발전소에서 병령사까지는 배로 1시간 남짓 걸린다. 배는 척석산(*石山) 자매봉(姊妹峰) 등 경치가 수려한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 옛날 구법승들은 서역에 나가기 위해서 난주를 들렀다. 현장법사도 난주에서 황하를 건너 하서회랑 길로 들어섰다고 기록하고 있다.       난주로부터 서북으로 나가는 실크로드는 두 갈래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서안, 위수(渭水), 경하(涇河), 평량(平凉), 고원(固遠), 청원(淸遠)으로 해서 황하를 따라 무위(武威)에 이르는 길이다. 또 하나는 서안, 위수, 천수, 임조(臨兆), 영청(永淸)을 거쳐 황하에 이르고, 그 지류를 따라 대통하(大通河)에 이르고, 다시 북상, 기련 산맥(祁連山脈)을 넘어서 장액(張掖)에 이르는 길이다.   병령사로 가는 길에 있는 유가협(劉家峽) 댐은 1974년 완성되었다. 황하를 가로막아 댐을 만들었는데 발전량이 122만kw, 우렁찬 터어빈의 도는 소리가 나고 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물을 막은 둑은 높이 147m, 길이 253m. 병령사 가는 배는 여기서 탄다. 이 호수의 중간 부분에서는 서쪽에 있는 큰 호수 청해(靑海)에서도 물이 흘러온다. 이 물들은 황하수와는 비교가 안 되도록 맑다. 병령사는 당나라 때 용흥사(龍興寺), 송나라 때 영엄사(靈嚴寺)라 불리웠다. 그것이 티베트 말로 '천불', '만불'의 뜻에 해당하는 '병령사'라고 개칭되었다. 높이 27m, 이것은 동서 문화의 교류기에 진흙을 이겨서 만든 것으로, 그후 1천수백 년 세월을 겪고 있어서 파손도 많다.   바위 면마다 불상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 불상들은 북위(北魏) 시대부터 수(隋), 당(唐)을 거쳐 청(淸)나라에 이르는 1,500년에 걸쳐 꾸준히 만들어온 불상들로서 모두 홍사암(紅砂岩) 바위벽에 조각되어 있다. 현재 부처님 수는 183위, 크고 작은 것 전부 합하면 694소상(塑像)이 있는데 이중 흙으로 만든 것은 82개라 한다. 석굴의 수는 169개, 굴은 험한 골짜기 수면에서 40m 높이의 바위벽 속에 있다. 병령사(炳靈寺)의 '병령(炳靈)'의 뜻은 티베트어로 '십만 부처의 소재지'란 뜻이 된다 한다. 불의 석상이 차지한 벽면은 900m2나 되며, 석굴 밑에 물(황하)이 찰 때는 밑부분에 있는 석굴들은 배를 타고 가야만 들어갈 수가 있다.   설명에 따르면 병령사 석굴의 불상 중에는 대위(大魏) 시대 서기 538년에 만들어진 것도 있어 돈황의 막고굴에 있는 불상보다 오래 되었다고 한다. 천사들이 비천(飛天)하는 상도 있는데, 이것은 향음신(香音神)이라고 불리우는 '천국의 맑은 하늘을 음악과 함께 꽃을 뿌리며 나는 상'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종(鍾) 같은 곳에도 비천상이 보이는데, 대강 간다라(Gandhara) 불교 미술의 영향이라 생각된다.   이들 불상들이 만들어졌을 초기의 시대는 서진(西秦) 시대나 5호(五胡), 16국(十六國) 시대, 황하 상류 유역에 흉노, 갈, 선비(鮮卑), 저, 강(羌) 등의 민족들이 서로 끊임없이 세력을 다투던 시대로 4세기 말~6세기 초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