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회랑

그 옛날 구법승들이나 실크로드의 대상들은 장안에서부터 서역 여러나라를 가는데 반드시 하서회랑(河西廻廊) 길을 밟지 않으면 안 되었다.

화서회랑이란 감숙성 서북부의 남북을 산맥으로 끼고 있는 가늘고 긴 회랑길(복도?)을 뜻하는데, '하서(河西)'라고 하는 뜻은 난주에서 황하가 동북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 길은 황하의 서쪽회랑이 된다. 따라서 난주에서 황하를 반드시 건너야 이 길에 들어 설 수가 있으며, 이 길은 신강성(新疆省)에 가는 유일한 길이다.

실크로드나 구법승들의 서역행길은 이 길을 가다가 가욕관이나 돈황 등에서 두세 곳으로 갈라진다.

서역에 가려면 반드시 이 하서회랑 길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하서회랑 서남쪽엔 기련 산맥(祁連山脈)이 가로막고, 북쪽에는 합려산(合黎山)과 용수산(龍首山)의 산맥이, 그리고 동쪽에는 오초령(烏鞘嶺), 서쪽엔 신강이라는 약 1,000km, 폭40~100km의 특수한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그리고 이곳은 난주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표고가 2,000~3,000m의 고지대이고, 붉은 흙과 자갈 등 고비 사막으로 되어 있어서 이곳에 간간 있는 오아시스 도시를 경유하지 않으면 도저히 여행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역사상 한 ․ 당 시대의 서역정벌이나 흉노와의 싸움, 서역 개척, 서역과의 교류 등은 이 하서회랑을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고대의 양주(凉州), 감주(甘州), 숙주(肅州), 사주(沙州) 등이 오늘날의 무위(武威), 장액(張掖), 주천(酒泉), 돈황(燉煌) 등이 되었다.

이곳은 자갈 사막으로서 '고비'라는 말은 '자갈사막'이란 뜻이다.

여기에는 가끔 신기루도 나타나고 기련산에서 녹아내리는 사막의 물로 농경도 더러 한다.

이 하서회랑길에는 일찍이 북방의 유목 민족인 흉노가 점거하고 있었다.

서역과의 교역을 원한 한의 무제가 기원전 138년에 장건을 파견하였으나 도리어 그들에게 곤욕을 당하거나 탈주해서 이 회랑길을 통해 장안에 들어왔으며, 또한 기원전 121년, 곽거병이 흉노를 토벌한 곳이며, 장건 또한 2차로 300여 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기원전 119년 서역 제국을 역방했을 때 통과한 길이다.

뿐만 아니라 신강 노부노르까지 장성을 쌓은 것도 이 길을 이용해서 이며 중원이나 동방의 불교가 들어온 것도 이 길이다.

하서회랑은 기련 산맥과 고비 사막 사이에 오아시스 도시 몇 군데를 잇는 3천여 리의 구불길이다. 만리장성은 하서회랑을 따라 동쪽 고비 사막에 쌓았다.

'기련'이란 말은 흉노들의 말뜻으로 '하늘'이란 뜻이 된다. 기련 산맥이 800km에 걸쳐 하늘을 가리고 서 있기 때문이다. 기련 산맥은 해발 4~5,000m의 험준한 연산으로 여기에는 3,000여 개의 거대한 빙하(氷河)가 있다.

이들 빙하는 총면적 2,000km2에 '얼어 붙은 댐'을 형성하고 있어 이 눈이 녹아 내리고 스며들어 나오는 혜택 때문에 하서회랑에는 곳에 오아시스가 생기고, 따라서 이 샘이나 호수들이 동서를 왕래하는 사람들의 왕래 길 노릇을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일대에는 흉노적이 강대한 세력 국가를 이루고 있었고, 그네들은 유목생활과 기마생활을 하는 씩씩한 민족들이었다.

흉노족은 융단으로 만든 텐트(모전:毛氈) 생활을 주로 하였는데,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는 물이나 풀을 찾아 이주하는 독특한 습성의 민족이었다.

<사기(史記)>, 흉노열전(匈奴列傳)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었다.

「어린이들일지라도 양을 능숙하게 타고 활을 당겨 새나 쥐를 맞춘다. 조금 성장하면 여우나 토끼를 활로 쏴서 맞추어 이를 먹는다. 전시에는 솜씨 있는 무력을 발휘하여 침략 공격을 한다. 전황이 유리할 경우에는 전진하고 불리하면 후퇴하며, 도주를 해도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장년이 된 자는 살이 찐 좋은 고기를 먹고, 늙은 사람은 그 찌꺼기를 먹는다.

아비가 죽으면 미망인은 실제 생모가 아니면 자기의 처로 삼고, 형제가 죽으면 살아남은 자가 그 아내를 처로 삼는다.」

이들 흉노족은 역사상 한나라, 진나라와는 숙명적인 라이벌이었다. 진시황의 천하통일에 의해 일시는 물러섰었으나 모돈선우(冒頓선于)에 의해 부족이 통일되자 세력을 되찾아 다시 침범해 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나라의 유방도 흉노를 토벌코자 나섰으나 한때 이들에게 포위된 때도 있어서 그후는 이들을 그냥 방치해 두었다. 그리고 때로 비단이나 구슬들을 이들에게 바치거나 황족의 땅을 선우에게 줌으로써 오로지 그 침입의 완화를 꾀하는 등의 정책을 쓸 뿐이었다.

이것이 완전히 해결되어 흉노가 한나라에게 굴복한 것은 무제(武帝) 때부터이다. 무제는 젊은 나이에 30만 대군을 동원 산중턱에 매복시키고 군신선우(軍臣선于)를 유인해 내어 이를 섬멸해 버리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무제는 단념하지 않고 재차 공격, 121년에 이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어 마침내 굴복시키고 한나라 군인이 하서회랑을 확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