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둔황석굴)

돈황(敦煌)은 주천, 가욕관 등지에서 서쪽으로 400km 지점에 있다. 일망무제의 고비 사막을 뚫고 7~8시간 이상을 달려야만 한다.
고비 사막의 여기 저기에는 한나라 때 축조된 토성이 보이며 지평선이 다가올 때마마 봉화대도 보인다.

가욕관에서 돈황에 이르는 사막에 그 옛날 장성을 축성하여 돈황에 침입하는 서북쪽의 흉노나 돌궐 유목 민족을 막았었다.

돈황현의 면적은 41,000km2로서 대만성보다 크지만 대부분이 고비 사막이고 오아시스조차 별로 없다.

이곳 돈황은 실크로드의 요지였고, 서역으로 구법차 떠난 수도자들의 수행 길목이자 예불하는 곳이었다.
고대 이곳에는 유목 민족인 소월지(小月氏), 대월지(大月氏), 강족(羌族)이 차지했다가 흉노족이 점령했으며 한나라가 기원전 100여 년 전 흉노를 쫓고 점령통치했다.

돈황에 한의 도호부(都護部)가 생기자 중국과 서역과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그 이전부터 활발하게 교류된 불교가 더욱 힘을 얻게 되는 가운데 천상천하에 다시없는 거대한 불교의 번영지, 그리고 유적지가 된 것이다.

돈황은 한 대 이후에도 5세기 초 서량(西涼)이나 북량(北涼)의 교전에서 수공작전(水攻作戰)의 피해를 입었으며, 역사의 어두운 땅 속에서 잠자고 있던 곳이기도 하여 그 나름으로 많은 파란을 겪었다.

돈황이 한나라 이전에 얼마나 큰 규모로 어떻게 있었는지는 자세하지는 않다.

그러나 돈황은 한나라 이후 크게 활기를 띤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돈황은 그 뒤 북위(北魏), 서위(西魏), 북주(北周), 수(隋), 당(唐 )을 거치면서 장안에 서역호족(西域胡族)의 문화가 범람하고, 이 시기부터는 동서문화가 교류되는 가운데 돈황의 불교적 성사도 한참 무르익었으리라 짐작한다.

옥문관, 양관

오랑캐 관문에 모래 바람 덮치고, 예부터 쓸쓸하기 그지 없어라.

낙엽지고 가을풀 시든 계절에 드높이 올라 오랑캐 진지를 바라 보노라.

망막한 사막엔 황성만이 있고 황폐한 마을엔 담장조차 없네

천 년 서리에 백골들 누운 채 높이 우거진 가시덤불에 덮였네

누가 감히 침략하여 욕보이나 물으니,

오만무도 오랑캐가 악독한 힘 휘둘러 우리 임금 불같이 노하시어

병사 풀고 전고 울렸노라 하네.

화양한 빛 살기로 돌변하고 군사는 출동하여야 하고 나라는 법석댄다.

36만 대군 전멸이란 비보에 애통하는 눈물이 비오듯 흐르네.

비통 머금고 장정들 싸움에 가니 밭갈이 농사인들 어떻게

가꿀건가~

출정 장정의 몰골 보지 않고서 어찌 요새의 고초 알 수 있으리

이목같은 명장 오늘에 없으니

오랑캐를 키워 시호를 만들었지

  -이백(李白)의 '호관'에서-

당나라 시인들이 많이 노래한 옥문관(玉門關)은 돈황에서 서북쪽으로 85km~100km 지점에 있다.
옥문관은 서역의 북쪽 관문이고 양관은 서역의 남쪽 관문이라고도 하는데 현재의 옥문관은 당대의 것과는 다소 장소가 다르다.
옥문관은 한나라 장성의 관소로서 신강성이나 서역을 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했고, 수비대들이 지켰던 곳으로서 여러 가지 유적이 남아있다.

 옥문관터- 돈황시내에서 약 80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 역시 오아시스가 있어 만리장성의 마지막 관문이 들어서 있다.
 옥문관 터 뒷편으로 길게 뻩어있는 한라나 장성이 보인다.
옥문관은 일명 '소방반성(小方盤城)'이라고도 하며 동서 24m, 남북 26.4m, 높이9.7m, 밑부분은 4m 정도의 흙벽돌 성벽이다. 옛날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던 터전에는 오늘날도 도자기편, 동전, 서역의 구슬 같은 것이 나타나나 고비 사막 한복판에 마치 동화 속의 마의 성처럼 지평선에 우뚝 서 있다.

옥문관에는 한나라의 유명한 이사장군(貳師將軍), 이광리(李廣利)의 이야기가 전한다.
그는 천산남쪽 대원(大원)나라 한혈마(汗血馬)를 얻기 위하여 옥문관에서 원정을 떠났다.

수만의 병단을 이끌고 간 원정에서 첫 번째는 패퇴하여 2년 후 이 옥문관에 돌아왔을 때는 병사의 수가 수천밖에 안되었다.
이광리는 옥문관 밖에서 패전의 소식을 상주하고 재차 출전을 허가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런때 수십 일이 되자 장안에서 급사가 파견되어 와서 이광리의 부대는 전부 관외(關外)로 쫓겨났다.

그리고 수비대에 의해 옥문관은 굳게 방비된 다음, 사자는 말했다.

"군에서는 굳이 옥문관에 들어오는 자가 있으면 이를 베리라, 한 발짝이라도 들어와 봐라 즉각 베어 버린다."

이광리는 하는 수 없이 옥문관 밖에서 멈춰 1년 후 재차 원정을 청원할 때까지 관 밖에서 괴로운 나날은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결국 이광리는 두 번째 원정에서 승리하고 옥문관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후한 때 반초(班超) 장군은 이 유사(流砂) 속에서

"사막에서 명을 이을 수가 없어, 오늘까지 골육과 헤어진 지 30년이 되었으니 서로 얼굴도 알 수 없습니다.
또 서로 따르던 사람도 세상을 떠나 버렸으니 저는 올해 70이 되어 쇠노하여 검은 머리털이 없으니, 감히 주천군에 당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원컨대 살아 있는 채로 옥문관에 들어갈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소를 올렸다.

옥문관이 얼마나 그 당시 서역정벌에 나섰던 장군이나 병사들에게 애환이 서려 있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옥문관은 두보의 시 속에서도 나오며 당나라 군사들이 이곳 흉노족과의 싸움에 얼마나 시달렸나를 짐작할 수 있는 많은 전설과 일화를 가진 곳이다.

바람과 모래와 한바탕 싸우고 옥문관에 도착하면 관문의 터는 허허한 모래사장에 흑벽돌, 돌로된 성벽이 있을 뿐이다.
한나라, 당나라 군사들이 가족을 멀리 수천 리 떨어진 곳 옥문관 싸움터에서 죽어가고 눈물을 흘린 그 성의 관문인 옥문관! 그 터에는 쓸쓸한 흙의 성벽이 괴기하게 서 있는 것뿐이다.

그 옛날 얼마나 많은 젊은 병사들이 저 흙벽을 오가며 눈물을 흘렸을 것인가.

다음은 "옥관에서 장안의 이주부에게"라는 잠삼(岑參)의 시이다.

동쪽 장안에서 만 리가 넘는데

친구여, 어찌 한 줄 편지를 아끼는가

옥관에서 서역을 보니 너무 괴롭네

더욱이 내일은 해 바뀌는 그믐 아닌가

옥문관 도처에는 봉수대(烽燧坮)가 있다.
중국 고전에 보면 5리에 일봉, 10리마다 일수라 했다.
이 봉수대에서는 낮에는 늑대의 똥을 말려 나무와 섞어서 태워 그 연기로 신호를 했기 때문에 낭연대(狼煙坮)란 호칭도 있다.

이 낭연대에 불길이 오르면 그것은 북방의 유목 민족이 내습한 것이다.
지금에야 나팔을 불고 비상을 걸겠지만 그때는 그것이 진내의 북소리로 이어지고 거기에 주둔하고 있는 병정들은 칼과 창, 활과 도끼를 가지고 성문을 나서서 싸워야 한다.

한편 양관(陽關)은 옥문관에서 61km나 떨어진 곳에 있다. 사막길 자갈 길을 가노라면 오아시스가 나오고언덕이나 주위에 나무가 보인다.

 양관고성 - 멀리 ,가까운 듯 손에 잡힐것 같은 기련산맥의 설산이 보인다.
"네가 양관도에 간다면 나는 차라리 외나무 다리를 건너겠다."

이것이 그곳 사람들의 하는 말이니 옛날부터 이것이 막막한 길이고, 바람과 모래와 씨름하는 쓸쓸한 변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간간이 봉화대가 있는 언덕을 넘어가니 "양관지(陽關沚)"라고 써 있는 팻말이 있다.
그리고 있는 것이라도는 봉화대뿐이고 한쪽의 언덕 동쪽에는 큰 낭떠러지가 있으며, 그 밑에는 물도 볼 수 있다. 언덕은 붉고 모래 빛도 황색이다.

흩어져 있는 토기 파편으로 보아 옛날 주거촌이 있었으리라는 짐작은 가나 지금은 황량한 들판과 붉은 언덕, 그리고 누렇게 펼쳐져 있는 모래뿐이다.

서역으로 가는 친구의 고단한 여정을 염려한  시비가 양관에 세워져 있다.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 시

위성땅 아침비에 먼지는 축한데,

객사엔 푸릇푸릇 버들 빛이 새롭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다시 한 잔 드시게나

저 서쪽 양관땅 벗어나면 친구도 없을 것을

위성땅은 어디이고 아침비 내린 곳은 어디인가?

천만 리 이역 이 쓸쓸한 땅에서 다정한 친구에게,

"한 잔말 더 들어, 지금 헤어지면 친구가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