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막고굴 막고굴이 개착(開鑿)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4세기경으로 역사가들은 단정한다. 그뒤 16개국, 북위, 서위, 북주, 수, 각 시대마다 이 굴 속에는 그때마다의 특색을 지니는 불상이나 그림, 조각을 만들었으며, 어느 왕족이나 서역의 소수 민족이 조소하고 만든 것도 있다. 이것은 불상의 모습이나 기법, 의상, 형상 등에서 나타난다.   돈황이란 이름은 '돈(燉)', '크다'와 '황(煌)' '번성한단'.....는 원뜻으로 붙인 이름이며, 막고굴은 막고(漠高)...... "사막보다 높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현재도 이곳 이름은 '돈황현 막고군'으로 되어 있다.   -둔황막고굴을 조성하던 석공들이 머물던 석굴과 봉화대- 한마디로 말하면 「사막 속에 자리잡은 더없이 높고 큰 번영의 굴」이란 뜻이 되어 이곳의 이름은 상당히 신앙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과연 돈황은 불교의 성지이며 중국 역대 불교의 집산지이고, 서역 인도와 당나라를 비롯한 중국 동방 나라의 불교적 조화를 한마당에 펼친 곳이다. 그리고 불교의 신앙 속에 그리고 교리 속에 나오는 여러 세계를 조각과 조소, 희화화한 굴들로써 이 모든 것을 시각화한 일대 박물관이라도 말할 수 있다.   '눈으로 불교의 역사를 본다', '눈으로 불교 2천5백 년을 느낀다. '그리고 눈으로 불교의 동방적 변천과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돈황의 막고굴은 세계에 다시 없는 굴의 수를 지니고 있고, 그 어떤 나라에도 다시 없는 불상 수를 한자리에 모시고 있다. 그리고 불상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여러 가지 신앙상의 전설이나 신화 그리고 현상세계의 풍속을 나타낸 조각 회화가 있어서 인종사, 풍족사, 의류사, 그 밖에 예술사를 한 눈에 읽을 수가 있다. 돈황의 막고굴에 참여해서 불상을 이룩한 사람은 비단 불타를 신봉하는 승도만이 아니라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조각가, 화사(畵師), 역경사(譯經師) 석공, 도공, 칠공, 목공...... 등 여러 분야의 거장들이 참여하였다.   이렇게 돈황의 막고굴 불상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이루어졌거니와 한나라 서하(西夏), 원(元), 명(明), 청(淸),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이것을 허물거나 망가뜨리지 않고 보존해 왔다는 데도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돈황 막고굴은 인류가 남긴 중앙아시아의 불의 보고요, 지구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예술은 간다라의 이슬람교 예술성과 중국 고유의 민족 예술이 혼합된 독특한 예술이요, 문화이기도 하다.   돈황 막고굴은 돈황 시가지에서 25km 떨어진 사막 속의 작은 오아시스에 숨겨진 492의 석굴이다. 이 막고굴은 서기 366년 승려 낙준(樂樽)이 명사산과 삼위산에 이상한 빛이 있음을 느끼고 여기를 성지로 정한 후 제굴을 팜으로써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것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 굴은 어떤 것인지도 알 수는 없다.   돈황의 막고굴에 들어서면 삼위산(三危山)과 명사산(鳴沙山)이 좁은 골짜기를 만들고 있고, 거기에 오아시스의 푸르름이 띠처럼 놓여 있는데 굴의 길이는 남북 1,600m 정도이다.   막고굴은 어쨌든 4세기경부터 14세기경까지 약 1,000여 년 동안 하나 둘씩 뚫였으며, 굴 수는 1천여 개라고 기록은 있으나 현재 492개굴이 정리되어 있으며 보존된다. 그리고 현재, 굴 속에 소상(塑像)되어 있는 소상수는 3천여 점. 전면을 세로로 연결하면 45km에 이르는 굉장한 규모의 소상들이다. 지금도 4월 초파일 석가탄생일에는 막고굴 앞에서 모든 남녀 노소가 호궁(胡弓)을 켜고, 호선무(胡旋舞)를 추며 즐기고 예배한다고 하니 이 막고굴은 20세기 현재도 살아숨쉬는 불적지임에 틀림없다.     - 29굴 본존불과 아름다운 비천상과 벽화- 막고굴에 있는 492개의 굴의 시대순 배열표를 보면 5호16국 7, 북위 11, 서위 7, 북주 12, 수 79, 당 40, 성당 81, 중당 46, 만당 60, 당시 기불명 5, 오대(五代) 27, 송 34, 서하 64, 원 9-13, 시대불명 10-6으로 되었다. 특히 당나라는 성당, 중당, 만당으로 나누었는데 이를 전부 합하면 202개굴이 되어 굴의 수도 많고, 또 굴 속의 소상도 가장 특색이 있다. 대개 굴 속에는 깊숙이 수미단(須彌壇......불교전설의 발상지) 위에 소상이 즐비하게 있고, 사방 벽면은 벽화로 메워져 있는 것이 일반적 형태이다.   막고굴은 각 시대별로 특색은 있으나 대체로 서역취향적이며 불타의 원조인 인도의 여러 형식을 갖고 있고, 벽화 속의 불상이나 비천(飛天)하는 선녀들이 많고 석가의 전기나 전세의 설화, 열반 후의 극락세계 등을 나타내고 있다.   막고굴 103굴 천정 천불도와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비천상     막고굴 103굴의 벽화 문수보살(좌) 유마거사(우) 수나라 불상은 크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우아한 중국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고, 당나라 것은 아름다운 음악과 춤추며 올라가는 비천상, 섬세한 몸짓, 제재의 다양성, 극락정토의 모습 등이 현세의 것과 어울려 있다. 당나라 이후는 불상에서도 쇠퇴적 경향이 나타나며 작품 속에 혼백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다만 벽화 중에는 뛰어난 것도 있다. 다음에 굴 일부를 살펴본다. 북위초기(257굴) 장방형 굴 속에 중국풍 천정의 목조건축이 많다. 여러 가지 불 보살이 각각 위엄도 있고 소박한 모습을 한다. 굴의 사면에는 불교의 설화 속에 나오는 사슴, 꿩, 코끼리 등의 본생도가 그려져 있다. 북주(428굴) 규모가 가장 크며 불상의 양쪽에는 가섭(迦葉), 아난(阿難) 등이 있고 4면에는 불화가 그려져 있으며, 그중에는 석가의 열반도(涅槃圖) 등이 있다. 불교 설화에 나오는 사신사호(捨身飼虎)의 그림도 있다.   수(427굴) 굴의 깊이는 10.6m, 높이 5.4m, 폭이 6.8m로서 최대의 규모이다. 굴 주위에는 방주(方柱)의 본존(本尊), 여래(如來), 입상, 각 보살 등의 소상이 있다. 위엄이 있으며 표정이 굳어 보이나 모습은 안정적이다. 입구에는 인왕(仁王)과 사천왕(四天王) 상이 위엄있게 서 있다. 초당(329굴) 정면에 여래상, 가섭, 아난 등 두 제자상, 협시(脇侍) 보살의 상이 있다. 천정 우측에는 석가의 코끼리를 탄 모태상(母胎像), 코끼리상, 석가가 출가했을 당시의 말 탄 모습, 풍신, 뇌신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비천도도 있고 연못상도 있으며, '서방정토'등 회화도 있다. 성당(130굴) 굴의 규모가 크다. 높이가 26m, 실내에는 계단이 있고 대불이 안치되어 있다. 신비한 눈매가 인상적이며 배면에는 화려한 꽃 무늬가 있고 보상화문(寶相華文)과 당초문(唐草文)이 그려져 있다. 벽화에는 당대에 행한 공양상도 보인다. 중당(158굴) 석가의 열반굴의 하나로서 길이 16m의 대불이 누워 있다. 배면에는 제자들이 있고 통곡하는 불자도 보인다. 발 밑에는 슬픔에 겨워 칼로 자기 몸을 찌르는 제자도 있다. 티베트 왕의 모습도 옆에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티베트사람과 관계있는 사람의 솜씨일지도 모른다. 만당(16,17굴) 막고굴 중 가장 세계에 알려진 굴로서 수천 점의 서화, 경전을 봉해 있었던 굴이다. 16굴과 인접한 용도 곁에 3m 사방의 동굴이 나타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불화와 경전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 굴은 금세기 왕원록(王圓錄)이란 도사가 그 비밀을 발견하여 놀란 나머지 다시 그 굴을 봉했으나, 그 소식을 들은 영국의 스타인, 프랑스의 헤데인, 러시아의 오프루제프 등이 속속 여기에 도착 불화와 경전을 사가지고 자기 나라에 가버렸다. 좌우벽면에는 남장의 시녀, 비구니 등이 그려져 있다. 오대(98굴) 오대 이후의 벽화와 초상화가 있다. 높이 2m의 제왕상도 있고 오대, 송대의 조일족(曺一族)과 그 딸, 우전국의 왕 호탄의 모습 등이 함께 그려져 있으며 그림 솜씨가 섬세하다. 중국 풍의 의상, 호탄의 옥으로 만든 장식품 등이 어울린 벽화로서 서역과 한민족 사이의 우호 관계를 나타낸 것이라고도 보아진다. 송대(55굴) 공양 보살이 있고, 관음보살상도 보이며 관음이 대해에 배를 내놓아 폭풍을 만나고 나찰(羅刹)을 설득하여 죄에서 돌아오게 하는 불교 설화를 소재로 하여 그린 그림도 있다. 초당, 만당(57굴) 북벽에는 공양 비구가 그려져 있고 서벽에는 석가불, 두 제자, 네 보살이 그려져 있으며, 동벽 문 위에는 천불이 그려져 있다. 성당, 만당, 서하(148굴) 석가의 열반상이 있다. 미륵보살이 천궁에서 설법하며 북벽에는 석가모니가 천신과 포시종복(布施種福), 무생위악(無生爲樂) 등에 대하여 문답하는 모습을 그렸고, 주위에는 여러 보살, 불제자, 천인들이 산수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동쪽의 벽에는 극락세계의 그림, 33인으로 이루어진 가무연주 등의 그림이 궁전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성당,5대,서하(323굴) 중앙에 여래상과 2대 제자, 보살들이 그려져 있다. 남쪽 벽에는 아슈카왕의 전설을 나타내는 불화가 있으며, 북벽에는 전한시대 서역을 여행한 장건이 무제와 고별을 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막고굴 중에서 이곳 방문자들에게 특히 눈길을 끄는 굴은 초당의 321, 322, 성당의 449, 328, 319, 130, 79, 중당의 194, 159, 만당의 12굴 등으로 본존(本尊) 이건 보살이건 대체로 풍만하고 표정이 탐스러워 보이며 삼엄한 면이 없어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130굴은 석상조각이 뛰어나고 26m의 대불이 인상적이며, 321굴은 보살과 사천왕상이 소수 민족의 얼굴을 하고 그 옷도 소수민족의 것으로 되어, 이 막고굴의 작품들은 동서화합, 불교융합의 증표이기도 하다는 평이다.   그리고 130굴은 낭떠러지 3층에 26미터 높이로 의좌(倚座)한 미륵대불상이 만들어져 있는데, 그 돌을 깎은 솜씨가 놀라우며 성당의 대표적인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