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고성

실크로드 주변에 있었다가 사라진 나라로서 주목을 끄는 왕복은 고창국(高昌國)이다. 고창국은 투르판 분지에 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왕국이다.
이 지역은 위(魏), 진(晋), 한I漢), 당(唐), 그리고 원(元) 시대까지도 실크로드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곳에는 고창국 고성, 교화 고성, 베제크릭 천불동 등 고적지가 많으며, 고창국은 서유기(西遊記)에도 나오는 화염산 근처에 있다.
하미에서 언기(焉耆)에 이르는 중간 지점쯤, 투르판 분지 북쪽 그리고 멀리 동북으로 연이어 우뚝 서 있는 천산 산맥 남쪽 지점에 있었다.

현재의 투르판 현성(縣城)을 중심으로 하여 고창성은 그 동쪽 약 46km 지점이고, 또 하나 사막의 오아시스국으로서 자취가 희미한 교화국(交河國)의 성에서는 60km 지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하미에서 언기 (현재 코르라 지방) 보스덴 호수로 이어지는 길은 역사적으로 고대에 모든 서역 교역상이나 인도쪽으로 가는 구법승들이 반드시 택했던 실크로드의 간선이었다.

고창고성 대불사	고창고성 대불사 -희미하게 불상이 존재했던 불감이 보인다.

 이길을 ‘이오(하미)의 길’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크로드는없어진 나라 누란국을 통해서 쿠차쪽으로 나가는 길인데, 이 길은 사막의 험난한 길이어서, 도중에 누란 왕국의 증발과 함께 없어졌다.

이 길들은 일찍이 구법승 법현(法顯)이나 혜생(惠生), 송운(宋雲), 혜초(慧超)들도 이용했고, 당나라 현장 법사도 통과한 길이다.

고창국은 일찍이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 때부터 관련을 맺어, 국가(麴嘉)를 내세워 왕으로 삼았다.
그 뒤 국백아(麴伯雅), 국지성(麴智盛)으로 이어지는 왕들을 간직해 북방 천산 산맥 일대에 힘을 가졌던 돌궐족과 팽팽한 세력을 겨루면서 위나라 수나라 당나라 때까지 유지해 왔다.

고창국은 이 일대에서 세력이 컸으므로 수나라때는 황녀 화용공주(華容公主)를 고창국왕 국백아에 주었으며, 수가 고구려 원정에 패전, 망하고 당나라가 들어선 후에는 국백아의 아들 국문태(麴文泰)가 왕위를 계승했다.

이때가 서기 619년, 당이 건국한 2년후 였다. 태종이 즉위한 후 당나라는 불교를 비롯해서 이곳 서역 여러나라들과 교섭을 활발히 해나갔다.

이때 젊은 현장은 장안을 나와 하서회랑 길을 경과, 옥문관을 넘어서 막하연적이라는 대 사막을 건너서 하미에 도착했으며, 다시 하미 천산 산맥의 북로인 초원길로 중앙아시아를 넘느냐 남로를 택하여 산악과 사막길을 택하느냐 고민하다가 그 당시 불교에 관심이 많다고 소문이 난 고창국에 들렀다가 남로로 천축국에 가기로 결심했다.

고창국의 국문태왕은 이목이 수려한 당나라 고승 현장을 융성하게 예우했으며, 그를 붙들어 놓고 놓아주지를 않은 채 불경 강론도 부탁하고 협박까지 하면서 만류했다.
현장은 이곳에서 ‘인왕반야경(仁王盤若經)’을 강의했는데 경청불자가 300명이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현장이 꼭 떠나야 한다고 고집하자 국문태는 황금 100냥, 은정 3만, 명주 500필과 수행원까지 붙여주고 당시 천축국으로 가려면 여기저기서 돌궐족도 만나지 않을 수없어, 그들과 잘 통하는 통역까지 대동하여 주면서 현장을 놓았다.

현장은 돌아올때 꼭 고창국에 들르겠다고 약속을 했으며, 그 당시 고창국은 주변의 돌궐나라 국왕과는 표면상 화친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의 구법길을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다.

고창국왕은 불교에 관심이 많았으나 논어도 즐겨 읽었다고 전한다.
불교에 관심을 둔 것은 그 당시 고창국에 서역에서 조로아스터교가 들어와 모든 현상을 선과 악, 두 신의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교리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서기 630년 정관(貞觀) 4년, 12월

당나라에 국문태가 입조 사절로서 왔었고, 화친을 계속 유지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고창국은 당시 언기를 차지하고 있는 돌궐족 돌기지(突騎支)를 쳐부수려고 하던 때였다.

당은 그런 짓을 말라고 했다. 그러나 국문태는 「솔개가 하늘을 날면 꿩은 쑥밭에 엎드린다. 고양이가 당(堂)옥에 놀면 쥐는 구멍을 뚫는다.
각각 그 장소를 얻어 어찌 스스로 살 수 없으리오.....」하는말을 남기고 당나라 권고를 간접적으로 일축했다. 자기 나라는 자기 나라대로 산다는 것이다.

당나라는 마침내 서역통제를 위해서도 고창국을 친다는 단안을 내렸다.
그러나 고창국은 ‘설마 당나라가 7천리나 되는 하서회랑 길을 건너와 이 사막의 나라를 무슨 재주로 칠 수가 있으라’ 하는 만심으로 비웃고 대응 준비를 안했다.

「당나라 군사가 고창국에 오려면 넓고 넓은 사막을 건너야 하고, 땅에 물도 풀도 없는 자갈길을 넘어야 한다. 군사의 동원에는 식량이 필요하고 거마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정관4년에 한 번 당에 가보니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당은 필경 고창에 오는 길에서 좌절하게 될 것이며, 만일 정예부대가 온다고 해도 2~3만 이상은 못 온다. 그런 정도면 이 국문태가 나가서 칠 수 있다.」

고창국 국문태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그가 당에 갔을 때는 당이 일어서는 때여서 좀 약해 보였을 뿐이다. 그는 잘못 짚었다.

서기 639년 정관 13년 2월.

당은 이부상서 후군집(候君集)을 교하행군(交河行軍) 총사령관으로 임명하고 설만균(薛萬均)을 부사령관으로 하여 대원정군을 출동시켰다.

때에 8월의 태양은 땅을 태우고 군사들을 찜통속에 몰아 넣었다.
그러나 당군은 도중 돌궐에게 내통, 고창국을 미워하는 그들의 속셈을 교묘히 이용하여 고창국을 치는데 가세시키는 가운데 고창국을 향해 육박했다.
돌궐은 겉으로는 고창국을 지원하는 척 그 쪽으로도 원병을 보내는 술책을 썼으나, 결국 당나라가 고창국을 무찌르기를 바랬다.

당나라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소거’를 만들어 고창의 호(濠)를 짓밟고 공략했다. 뜻밖의 대군이 몰려오자 국문태는 당황했으나 어쩔도리가 없어 대항했다.
그러나 ‘타고온 배를 불지르고 적지에 가야만 산다’는 각오의 당군을 대항할 수가 없었다.

서기 640년 정관 14년 8월.

고창국은 망국의 운명을 맞이했다. 당군에 짓밟힌 고창성은 폐허가 되었고, 국왕을 비롯해서 수없이 많은 군사들은 포로가 되어 당에 끌려왔다.

당나라는 마침내 고창 일대를 평정하고 안서도호부(安西都護部)를 그곳에 두고 통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고창국을 서주(西州)라 개칭했다.

이때 언기는 입장이 묘하게 되었으나 쿠차와 함께 자기들의 처신을 걱정하던 중 마침내 서기 658년 현경(縣慶) 3년 당군에게 투항하고 말았으며, 당은 안서도호부를 교화성에서 쿠차로 옮겨 이 일대의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오승은은 「서유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안을 떠난 지 십수 년에

산 넘고 물 건너며 험난한 길을 넘어왔네

다행히 서역 땅에서 새 철을 만나

기쁘게 금평부에서 상원을 치뤘었네

등불 희미해 불상 알 수 없으니

모두가 운명속에 재액이 있는 것

어진 인물이 나와 위엄을 보이니

새 영웅의 큰 힘 펼치기만 바라는 것을.....

세상은 돌고 돈다. 그렇게 위세를 떨쳐 서역을 통제했던 당나라는 현종 말년에 안록산의 난리를 만나고, 이어서 안사(安史)의 난리가 계속 되면서 망국의 길로 내닫자 이곳 서역제국은 파도가 다시 일기 시작했다.

투르판 분지는 천산 산맥 일대에 자리잡고 있던 위글족이 안서도호부 설치 후 남하를 다시 시작 이 일대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천산 남쪽 화염산 일대에는 불교를 믿어 많은 석굴도 만들고, 신자도 수가 많았으나, 이때부터 불교는 쇠퇴하고 서역이나 이슬람교의 영향을받아서 다른 종료로 바뀌었다.

위글족은 고창국 멸망 후 200여년이 지난 후 힘이 빠진 인서도호부를 누르고 투르판 분지 주변의 나라드을 통제하기 시작하여 결국 서역행로인 실크로드의 주변국을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당나라 멸망 후 송, 명은 서역개척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고, 이 일대는 더욱 불교가 이슬람교화 되어가는가운데 13세기에는 징기스칸의 폭풍에 휘말렸다.

그리고 청나라 때에는 이 일대 투르판 분지의 동쪽과 이리(伊犁) 등 천산 남로는 그 곳 번왕(藩王)인 투르판 군왕에게 자치를 인정하는 가운데 중국의 자치국으로서 오늘에 이르게 되니 참으로 역사는 무상하다 하겠다.

교하고성

교하고성은 투르판 분지에 있는 예성으로 고창 고성과 쌍벽을 이루는 사라진 유적이다.

고창고성이나 교하고성은 모두 흙벽돌을 재료로 해서 쌍하올린 성으로서, 그 성 안에는 불교의 강론을 한 불당도 있고, 절도 있으며, 관청, 민가들이 함께 있다.
고창고성은 투르판 분지 북쪽 하미에서 언기로 가는 길목에 있고, 교하고성은 투르판의 서남쪽에 위치하고있다.

지금은 퇴락이 되어서 허물어진 성벽 안에 궁전터, 군사들이 병영터, 민간 가옥터 들이 운집해 있는데, 어떤 것은 흙벽이라도 높이가 10m~20m 이상 되는 것도 있고, 성벽의 담 폭은 1m~2m 되는 것이 있다.

교화고성은 ‘세르나이제 강’의 가운데 있는 성으로서 길이가 1,650m, 폭은 300m의 나뭇잎형 고성이며, 성의 양쪽 주위에는 높이 20m의 낭떠러지로 되어 있다.
오랜 세월에 성벽이 허물어져 마치 어린이들의 만화속에 나오는 ‘마의 성’같이 불쑥불쑥 용립하고 있어서 디즈니랜드를 방불케 한다.

이곳의 주택들은 언덕이나 산기슭에 굴을 파든가 평지에서는 수직으로 토굴을 파고 그 속에 살았던 흔적이 많다. 이것은 고대 황하 유역에 많이 볼수 있는 주거 형식이다.
고창성이나 교하성은 지금 정부의 ‘국보급 보호관리구역’으로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양 고성은 다른 점도 있다.

규모는 고창성이 훨씬 넓다. 그렇지만 지상에 잔존하는 건물면에서 교하성이 크다.
교하성은 그 뒷길까지 옛날 모습을 남겨놓고 있다.

이것은 흙을 진흙 상태로 만드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고, 교하성 쪽은 땅을 파 들어가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진흙에는 버들잎이나 풀잎을 섞어서 틀에 넣고 다지며 이것을 햇볕에 말려야 하는데, 고창성은 지상에 노출도 더 되었고 만든 솜씨가 약하다.

성이나 주거지가 땅 속에 패인 것은 오랫동안 풍상에 시달렸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도 있기는 하다. 투르판 분지는 임 말했지만 누란왕국도 흙 속에 묻혀 버렸고, 그 곁에 흐르는 공작하(孔雀河)나 로부로느 호수도 당나라 시대와 지금과는완전히 다른 방향의 물줄기와 호수를 만들었다. 나는 모래의 산은 때로 하나의 도시나 주거지를 완전히 묻어 버리기ㅗ 하고 강과 호수의 위치를 바꾸기도 한다

특히 그것은 이 투르판 분지의 경우 심하다. 교하성은 투르판 오아시스의 서쪽 11km, 분지의 서쪽, 강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두 줄기의 수류(水流) 사이에 있다.

높이는 약 30m의 언덕에 펼쳐져 있는 고성(古城)이다. 혼자 떨어져 그 일부를 모래속에 묻고 있는 옛성은 쓸쓸하기만 하고, 황혼에는 무슨 바다의 군함 같기도 하다.
이 지역은 남북으로 1,600m, 동서로 폭이 330m 정도인데, 현재 중국정부는 ‘교하성은 아주 짜임새 있는 성’이라 하여 복원 계획 까지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교하성 땅 속에는 물줄기가 있어서 어디론가 스며들고 자리를 옮기곤 한다니 또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이 성들이 함몰될 지 솟아날 지 알 수가 없다.